결국 사람을 불렀다, 새벽에 마주친 그 녀석 때문에

결국 사람을 불렀다, 새벽에 마주친 그 녀석 때문에

밤 12시의 불청객과 나의 무모한 도전

며칠 전 새벽이었다. 주방 싱크대 밑에서 뭔가가 스르륵 지나가는 걸 봤다. 처음엔 그냥 좀 큰 개미인가 싶었는데, 자세히 보니 그 특유의 더듬이가 보였다. 불을 켜는 순간 녀석은 이미 사라진 뒤였다. 그날 밤은 한숨도 못 잤다. 소름이 돋아서 냉장고 근처는 가지도 못하고 거실 소파에 앉아 꼬박 밤을 새웠다. 다음 날 당장 마트에서 가장 유명하다는 겔 타입의 바퀴벌레 먹이제를 샀다. 가격은 1만 5천 원 정도였나. 녀석들이 좋아할 만한 구석마다 콩알만큼씩 짜두었다.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먹이제를 먹고 집으로 돌아가서 다른 놈들까지 같이 죽게 만드는 방식이라길래 나름 전략적이라고 생각했다. 근데 이게 문제였다. 죽기는커녕 며칠 뒤에는 낮 시간에도 새끼 바퀴벌레가 돌아다니는 걸 목격해버린 거다. 이건 뭐 도망가는 게 아니라 내 집에서 그냥 터를 잡고 살겠다는 선전포고 같았다.

셀프 방역의 늪과 한계

셀프 방역이 실패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까지 꽤 시간이 걸렸다. 끈끈이 트랩도 설치해보고, 배수구마다 촘촘한 망도 씌워봤다. 틈새를 메우는 실리콘 작업까지 했다. 근데도 어디선가 자꾸 나타났다. 아마 내가 모르는 벽 틈새나 몰딩 안쪽이 문제인 것 같았다. 낮에 일할 때도 자꾸 집 생각이 났다. 싱크대 밑이 습하니까 그게 문제인가 싶어 제습기를 풀가동해보기도 하고, 식초를 뿌려보기도 했는데 다 헛수고였다. 오히려 내가 약을 여기저기 뿌려놓으니 녀석들이 더 구석진 곳으로 숨어드는 것 같았다. 어설프게 건드리면 오히려 개체 수가 폭발한다는 글을 어디서 본 것 같은데, 딱 그 꼴이었다. 직접 잡으려고 살충제를 뿌렸다가 녀석이 날아다니는 걸 보고는 진짜 주저앉고 싶었다. 집바퀴는 덜한데 독일바퀴가 작아서 그런지 구석구석 틈새에 숨으면 답이 없다는 걸 몸소 체험했다.

결국 부른 전문가, 그들은 달랐다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 결국 소독업체를 불렀다. 이름 있는 곳은 비쌀 것 같아서 고민했는데, 친구가 예전에 자취할 때 썼던 곳을 소개받았다. 상담 전화만 20분 넘게 한 것 같다. 내 집 평수가 15평 정도인데, 방문해서 진단하고 약을 치는 비용이 15만 원 정도라고 했다. 솔직히 적은 돈은 아니지만, 매일 밤 잠 못 자고 스트레스받는 비용보다는 싸다고 생각했다. 기사님이 오셨는데 장비부터 달랐다. 나는 그냥 약을 쏘는 게 끝인 줄 알았는데, 내시경 같은 걸로 냉장고 뒤랑 싱크대 하부장 틈새를 다 훑으셨다. 그러더니 “여기가 벌써 집이네요”라고 하시는데 정말 창피했다. 좁은 틈새에 약을 아주 정교하게 주입하시고, 밖에서 들어올 만한 배관 통로까지 다 막아주셨다.

남겨진 의문과 불안함

작업은 1시간 정도 걸렸다. 기사님은 2주 정도 지나면 효과가 확실히 나타날 거라고 하셨다. 지금 3일째인데 다행히 눈에 띄는 녀석들은 없다. 하지만 마음이 완전히 편해진 건 아니다. 구석진 곳에 아직 내가 모르는 녀석들이 살아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 아니면 저쪽 집에서 다시 넘어오는 건 아닐까 하는 막연한 불안감이 남아있다. 방역을 했다고 해서 집이 완전히 무균실이 되는 것도 아니고, 결국 내가 평소에 얼마나 청소를 잘 유지하느냐가 관건인 것 같다. 쓰레기를 바로바로 치우고, 습기 관리하는 게 사실 제일 중요한데 그게 마음처럼 쉽지 않다. 비용은 지불했지만 이게 근본적인 해결책인지 아니면 그냥 잠시 시간을 벌어둔 건지 아직은 잘 모르겠다. 오늘도 퇴근하고 집에 들어가면서 현관문을 열 때마다 괜히 바닥을 한 번 더 훑어보게 된다.

댓글 4
  • 차가운 냉장고 뒤에서 들려오는 소리가 계속 잊혀지지 않네요. 좁은 공간에 녀석들이 얼마나 빠르게 퍼져나갈까 걱정됩니다.

  • 냉장고 틈새 훑으신 거 보니까, 습한 곳에 숨는 게 얼마나 쉬운가 싶네요.

  • 냉장고 뒤에 틈이 이렇게 많았나 보네요. 꼼꼼한 청소는 정말 중요하겠어요.

  • 그 녀석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걸 보니, 진짜 집 안에서 자기 영역을 넓히려는 것 같아 걱정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