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벌레를 보고 결국 방역 업체를 부르기로 마음먹기까지

돈벌레를 보고 결국 방역 업체를 부르기로 마음먹기까지

밤마다 나타나는 징그러운 손님

며칠 전부터인가, 밤에 불을 끄고 거실을 지나갈 때마다 바닥에 검고 긴 그림자가 슥 지나가는 게 느껴졌어요. 처음에는 그냥 기분 탓이겠거니 했는데, 어느 날 밤에는 도저히 눈을 감기 힘든 광경을 목격하고 말았죠. 화장실 문틈에서 다리가 아주 많은, 그 소위 ‘돈벌레’라고 부르는 녀석이 스멀스멀 기어 나오는 거예요. 어릴 적 살던 구옥에서는 정말 지긋지긋하게 보던 녀석이었는데, 이사를 온 지 2년이나 된 지금 다시 마주하게 되니 등줄기에 식은땀이 흐르더군요. 그때의 공포는 단순히 벌레를 싫어하는 마음을 넘어, 내 영역이 침범당했다는 찝찝함이 더 컸던 것 같아요.

섣불리 시작했던 자가 방역의 한계

그날 밤 바로 인터넷을 켰죠. 사람들은 페스트세븐가드 같은 살충제를 뿌려두면 확실하다길래 다음 날 바로 주문해서 구석구석 뿌려봤어요. 냄새가 꽤 독해서 머리가 아플 정도였는데, 이걸 뿌리면 바퀴벌레든 돈벌레든 다 죽는다고 하니 참아야겠더라고요. 그런데 며칠이 지나도 녀석들은 사라지지 않았어요. 오히려 죽은 녀석들을 발견하는 대신, 더 활발하게 움직이는 모습을 보게 되니 불안감만 더 커졌죠. 약을 뿌리는 것도 사실 매번 닦아내고 환기하는 게 보통 일이 아니더라고요. 아이가 있는 집도 아닌데 굳이 이렇게까지 독한 약을 실내에 흩뿌리며 사는 게 맞나 싶기도 하고,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라는 생각에 자괴감이 들었어요.

업체 상담 과정에서 느낀 묘한 씁쓸함

결국 방역 업체를 알아보기 시작했어요. 보통 이런 업체들은 견적을 내주는 게 참 제각각이더라고요. 제가 연락한 곳은 1회 방문에 대략 15만 원 정도를 불렀는데, 이게 사실 좀 비싸게 느껴졌어요. 상담원분은 “단순히 보이는 벌레만 잡는 게 아니라 서식지 자체를 차단해야 한다”고 강조하는데, 그 말에 묘하게 설득당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그냥 ‘돈벌레’ 소리를 듣는 업체에 내 돈을 또 쓰는 건가 싶은 삐딱한 마음이 들었죠. 어떤 분들은 벼룩파리나 바퀴벌레 때문에 부르기도 한다는데, 저는 고작 돈벌레 때문에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기도 하고요. 그래도 밤마다 화장실 갈 때 불 켜기가 겁나는 일상보다는 낫겠다 싶어서 날짜를 잡았어요.

우리 집의 구조적인 문제인가 싶은 의구심

기사님이 오셔서 집안 곳곳을 살펴보시더니, 생각보다 배수구 관리가 잘 안 되어 있다고 하시더군요. 제가 사는 곳이 준공된 지 10년이 다 되어가는 아파트라 어쩔 수 없는 부분도 있다고 하는데, 그 말을 들으니 괜히 속상했어요. 돈을 내고 부르는 건데, 결국 내 관리 소홀로 귀결되는 것 같아서요. 기사님이 약을 치고 가신 뒤로는 확실히 벌레가 눈에 띄게 줄긴 했습니다. 하지만 왠지 모를 찝찝함은 여전해요. 언젠가 다시 녀석들이 나타날 것 같고, 그때마다 또 이런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건가 싶기도 하고요.

여전히 풀리지 않는 숙제

방역을 하고 나서 한 2주가 지난 지금, 다시 예전처럼 편하게 밤에 거실을 다니고는 있어요. 하지만 여전히 화장실 문을 열 때마다 무의식적으로 바닥을 먼저 확인하는 습관이 생겼네요. 벌레가 사라진 건 다행이지만, 완벽하게 정복했다는 느낌보다는 잠시 휴전 협정을 맺은 것 같은 기분이랄까요. 사실 근본적인 해결은 집의 습기를 완전히 없애거나 구조를 뜯어고치는 건데, 그건 불가능하니까요. 앞으로 이 녀석들이 또 나오면 어떻게 해야 할지, 아니면 그냥 같이 살아야 하는 건지 아직도 마음이 복잡해요. 확실한 건, 이제는 함부로 살충제를 뿌리며 고생하진 않을 것 같다는 점 정도예요.

댓글 3
  • 그림자가 느껴지던 밤에, 겪으신 경험이 정말 소름돋네요. 제 경우에도 비슷한 불안감 때문에 밤에 환풍기를 꼭 켜고 다녔어요.

  • 배수구 관리가 중요하네요. 10년 된 아파트라 꼼꼼한 관리가 쉽지 않겠지만, 앞으로 예방하는 게 좋겠어요.

  • 집 구조 때문에 벌레가 계속 나타나는 상황이 답답하네요. 배수구 관리 소홀이 문제의 원인이라고 생각하는 부분이 와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