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 구석에 굴러다니던 형광등 몇 개 때문에

집안 구석에 굴러다니던 형광등 몇 개 때문에

형광등을 어디에 버려야 할지 한참 고민했다

주말에 방 안 조명을 LED로 싹 다 바꿨다. 뭐 거창한 리모델링은 아니었고, 그냥 예전부터 쓰던 직관형 형광등이 하나둘씩 깜빡거리기 시작해서 도저히 눈이 피로해서 못 참겠길래 그랬다. 근데 막상 다 갈고 나니까 기존에 쓰던 길쭉한 형광등 4개가 거실 바닥에 떡하니 남는 거다. 이거 그냥 종량제 봉투에 넣어서 버리면 되는 건가 싶어 관리사무소에 전화하려다가, 예전에 들었던 기억이 났다. 형광등은 함부로 부수면 안 되고 무조건 전용 수거함에 넣어야 한다고 했던 거 말이다. 그런데 우리 아파트 1층 분리수거장에는 왜 늘 투명 페트병이나 종이박스만 잔뜩 쌓여 있는 건지, 도대체 그 귀한 폐형광등 수거함은 어디에 숨어 있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단지 내 수거함은 어디로 사라진 건지

결국 운동화 대충 꿰어 신고 1층 쓰레기장으로 내려갔다. 보통 100리터 쓰레기통들이 줄지어 있는 곳 옆에 폐건전지나 형광등 넣는 통이 있지 않나. 한참을 두리번거렸는데 아무리 찾아도 안 보였다. 옆집 아저씨가 담배 피우러 나왔길래 물어볼까 하다가 그냥 말았다. 괜히 형광등 들고 서성이는 모습이 좀 민망하기도 하고. 다시 집에 올라와서 지도를 켜고 찾아봤다. 요즘은 동네마다 안내서도 잘 나와 있고 큐알코드로 위치 알려주는 곳도 있다던데, 내가 사는 곳은 왜 이렇게 찾기가 힘든 건지. 대충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구청 홈페이지에 수거함 위치가 리스트로 나열되어 있긴 했다. 근데 그게 내가 사는 동 바로 옆이 아니라 좀 멀리 떨어진 곳이었다. 차를 타고 나갈 거리도 아니고, 그렇다고 들고 가기엔 너무 길어서 깨질까 봐 겁이 났다.

어설프게 들고 나갔다가 겪은 불편함

결국 어제저녁 퇴근길에 큰맘 먹고 그 4개를 뽁뽁이로 감아서 에코백에 넣었다. 들고 가는 내내 달랑거리는 소리가 불안해서 죽는 줄 알았다. 지하철역 근처나 주민센터 앞에 수거함이 있다는 글을 본 것 같아서 우선 주민센터 쪽으로 걸어갔다. 땀을 뻘뻘 흘리며 도착했는데, 막상 가보니 폐형광등 수거함은 어디 가고 없고 폐의약품 수거함만 덩그러니 있더라. 사람들이 왜 이런 걸 그냥 쓰레기장에 대충 버리는지 그때 조금 이해가 갔다. 이렇게 번거로우니 다들 귀찮아서 일반 쓰레기로 몰래 섞어서 버리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고. 가격이 얼마 하지도 않는 소모품인데 이걸 처리하려고 내가 지금 여기서 뭐 하는 건가 싶기도 했다.

결국 다시 집으로 가져온 에코백

한참을 더 돌아다니다가 결국 포기하고 집으로 다시 가져왔다. 그냥 베란다 구석에 고이 모셔뒀다. 다음번에 차를 몰고 나갈 일이 생기면 그때 어디 큰 수거함이나 발견하면 넣어두어야겠다. 사실 이게 엄청난 일은 아닌데, 한번 꽂히니까 계속 신경 쓰이는 게 문제다. 누군가는 이거 제대로 분리배출 하려고 노력할 텐데 나는 왜 고작 형광등 몇 개 가지고 이렇게 쩔쩔매고 있나 싶다. 음식물 수거용기 씻는 거나, 스윙휴지통 비우는 것보다 이게 왜 더 귀찮게 느껴지는지 모르겠다. 막상 깨끗하게 정리하려고 시작한 일인데, 오히려 집안 한구석만 더 어수선해진 기분이다. 아마 내일쯤이면 베란다 구석에 둔 이 에코백을 까맣게 잊어버리고 또 다른 잡동사니를 그 위에 쌓아두고 있겠지. 그렇게 며칠 더 있다가 결국 일반 쓰레기로 나가는 건 아닐지 걱정이 좀 된다.

댓글 2
  • 폐형광등 수거함이 없는 게 정말 답답하네요. 동네마다 제대로 된 시스템이 갖춰져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드네요.

  • 형광등들 때문에 동네 길 찾기가 이렇게 복잡할 줄은 몰랐네요. LED로 바꾸고 나서 겪은 불편함이 꽤 있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