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쩌다 시작된 냉장고 청소
주말에 별다른 계획이 없어서 그동안 미뤄뒀던 냉장고 청소나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사실 냉장고 내부 칸칸이는 평소에도 자주 닦는 편인데, 문제는 냉장고 뒤쪽이랑 하단이다. 왠지 모르게 한 번도 제대로 손대본 적이 없어서 불안함이 항상 마음 한구석에 있었다. 대충 인터넷에서 녹 제거 방법이나 주방후드청소업체 후기 같은 걸 검색하다가 갑자기 내 냉장고 상태가 궁금해진 거다. 막상 힘을 줘서 냉장고를 앞으로 밀어냈는데, 그 뒤에 쌓인 먼지는 정말 상상을 초월했다. 거의 3년은 방치된 것 같은 뭉텅이 먼지들을 보니까 숨이 턱 막히는 기분이었다. 누군가에게는 당연한 일상이었을지 모르겠지만, 나한테는 꽤나 충격적인 광경이었다.
업체 가격의 현실과 고민
혼자서 어떻게든 닦아보려고 했는데, 막상 해보니 이게 보통 일이 아니었다. 냉장고 밑바닥에 있는 좁은 틈새는 청소기 노즐도 잘 안 들어가고, 그렇다고 무거운 냉장고를 계속 밖으로 빼놓고 작업할 수도 없었다. 순간적으로 대전유품정리업체나 청소전문업체 리커버리프로 같은 곳을 검색해볼까 잠시 고민했다. 사실 업체 가격이 어느 정도인지 검색창에 몇 번 두드려보긴 했다. 보통 청소업체 가격이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냉장고 하나만 부르기엔 비용이 좀 애매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괜히 출장비랑 인건비 따지다 보면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질 것 같아서, 결국엔 근처 마트에서 청소용품을 몇 개 사 와서 직접 하는 쪽으로 마음을 굳혔다. 여름철이라 할인 행사를 많이 해서 그런지 쿨매트나 냉감 이불은 눈에 들어오는데, 정작 내가 사야 할 청소 도구는 고르는 것부터가 일이었다.
뒤엉킨 배선과 녹슨 틈새
냉장고를 밀어내고 보니 생각보다 배선이 복잡하게 얽혀 있었다. 옛날에 보일러설치비용 때문에 기사님 불렀을 때도 선 정리가 문제였는데, 냉장고 뒤쪽도 만만치 않았다. 어딘가에 녹이 슬어 있는 부분도 눈에 띄어서 이걸 그냥 둬도 되나 싶은 걱정이 앞섰다. 건축폐기물 처리할 때처럼 한 번에 싹 치워버릴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살림을 하면서 유지해야 하니까 더 조심스러웠다. 정수기 수거해 가시는 분들처럼 전문 장비가 있는 것도 아니라서, 헌 칫솔과 주방 세제로 한참을 끙끙거렸다. 중간에 너무 지쳐서 시원한 보리차 한 잔 마시면서 앉아 있는데, 이게 도대체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자고 주말에 이러고 있나 싶었다. 그래도 한번 시작한 거니까 끝은 봐야겠는데, 마음처럼 속도가 나질 않았다.
생각보다 더 길어진 작업 시간
오후 2시쯤 시작한 일이 저녁 6시가 다 되어서야 어느 정도 정리가 되었다. 냉장고 뒤편 먼지를 닦아내는 것만으로도 두 시간이 훌쩍 지났다. 내가 뭘 대단한 걸 한 것도 아닌데, 허리는 끊어질 것 같고 손등에는 정체 모를 먼지들이 잔뜩 묻어 있었다. 가끔 이사할 때 이사업체에서 가정폐기물까지 같이 처리해 주는 곳들이 있는데, 그때 그냥 다 맡길걸 그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혼자 하니까 시간은 시간대로 들고, 만족도는 글쎄, 깨끗해지긴 했지만 내 몸이 너무 축났다. 사실 이런 건 정기적으로 조금씩 했어야 했는데, 왜 꼭 몰아서 하려고 하는지 나 자신이 조금 이해가 안 되기도 했다.
아직 남은 찜찜한 구석
결국 냉장고는 다시 제자리로 밀어 넣었다. 겉에서 보기엔 평소와 똑같다. 안쪽은 여전히 깔끔하고 밖에서 보기엔 아무런 변화가 없다. 그런데 나는 안다. 냉장고 뒤편이 깨끗해졌다는 사실을. 물론 100% 만족스럽지는 않다. 구석진 곳에 남은 약간의 얼룩은 결국 손이 닿지 않아 그대로 뒀다. 누군가 나중에 냉장고를 옮겨보면 내가 덜 닦은 먼지가 그대로 남아있을 거라는 생각에 왠지 모를 찜찜함이 가시질 않는다. 다음번에는 공기청정기 분해 청소라도 한번 도전해볼까 생각 중인데, 냉장고를 하고 나니 이제는 겁부터 난다. 그냥 돈을 주고 편하게 할까, 아니면 또 이런 고생을 사서 하게 될까. 지금 당장은 그냥 시원한 물이나 한 잔 더 마시고 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