쾌존 음식물처리기를 들이고 나서도 쓰레기통을 버리지 못한 이유

쾌존 음식물처리기를 들이고 나서도 쓰레기통을 버리지 못한 이유

여름만 되면 시작되는 냄새와의 전쟁

매년 여름, 특히 장마철이 시작되면 집안 공기가 달라지는 게 느껴진다. 정확히는 싱크대 근처의 미묘한 꿉꿉함이다. 며칠 전에도 비가 쏟아지는데 거실에 앉아 있다가 어디서 자꾸 시큼한 냄새가 올라오는 것 같아 온 집안을 다 뒤졌다. 결국 범인은 냉동실 한구석에 밀어두었던 옥수수 속대였다. 옥수수 속대가 음식물 쓰레기가 아니라는 건 익히 알고 있었는데, 막상 처리하려고 보니 껍질이랑 섞여서 분리하는 게 귀찮아 미뤄뒀던 게 화근이었다. 이게 섬유질이 많아서 가축 사료로도 못 쓴다던데, 왜 나는 그걸 냉동실에 넣어서 공간만 차지하게 했을까. 결국 일반 쓰레기 종량제 봉투에 꾹꾹 눌러 담으면서 스스로를 탓했다.

쾌존 음식물처리기가 가져온 기대와 현실

결국 고민 끝에 쾌존 음식물처리기를 들였다. 가격대가 40만 원 중반대였나, 아주 저렴한 건 아니었지만 매번 냉동실에 음식물을 얼려두는 그 찝찝함에서 벗어날 수만 있다면 괜찮은 투자라고 생각했다. 처음에는 정말 신세계였다. 수박 껍질이나 고기 손질하고 나온 찌꺼기를 바로바로 넣고 돌리니 냄새 걱정이 확 줄었다. 그런데 여기서 예상치 못한 문제가 생겼다. 처리기는 좋은데, 기존에 쓰던 음식물 쓰레기통이 애물단지가 된 것이다. 그냥 버리기엔 아깝고, 그렇다고 처리를 해도 국물이 뚝뚝 떨어지는 봉투를 들고 아파트 분리수거장까지 가는 과정은 여전히 귀찮았다.

P대차와 청소용 카트가 눈에 들어온 순간

갑자기 엉뚱한 생각이 들었다. 식당에서 청소용 카트나 P대차를 끌고 다니는 모습이 떠올랐다. 우리 집도 규모가 큰 건 아니지만, 한 번씩 대청소를 하거나 분리수거 날이 되면 챙겨야 할 게 너무 많다. 음식물 쓰레기통에, 종량제 봉투에, 재활용품까지. 바닥 청소용품을 챙겨서 카트에 싣고 한 번에 처리하면 훨씬 편하지 않을까 싶었다. 실제로 부천 어느 식당에서 염산을 음식물 쓰레기통에 잘못 버려서 난리가 났다는 뉴스를 보고는 흠칫했다. 함부로 뭘 버리면 안 되겠다는 생각과 동시에, 살림 고수들이 클리어파일을 싱크대 문 안쪽에 붙여서 봉투를 쏙쏙 뽑아 쓰는 걸 보고 나도 따라 해봤다. 확실히 봉투 찾으러 다닐 시간은 줄었는데, 여전히 쓰레기통 자체의 무게감은 사라지지 않았다.

여전히 남은 처리되지 않은 의문들

음식물 처리기가 다 해결해 줄 줄 알았는데, 막상 써보니 기계가 분해하지 못하는 재료들이 생각보다 많다. 딱딱한 뼈나 껍질 같은 걸 일일이 걸러내다 보면 이게 뭐 하는 건가 싶을 때가 있다. 기계는 기계대로 돌리고, 안 되는 것들은 다시 예전처럼 일반 쓰레기 봉투에 담는다. 결국 쓰레기 분리 작업은 크게 줄지 않은 셈이다. 때로는 그냥 처음부터 다 일반 쓰레기로 버리는 게 마음 편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기계를 쓰는 시간과 전기료, 그리고 분해되지 않는 잔여물을 처리하는 수고를 합치면 말이다.

앞으로의 살림은 어떻게 해야 할지

지금은 일단 쾌존 처리기를 쓰고는 있는데, 왠지 모르게 이게 최선인지는 잘 모르겠다. 음식물 쓰레기 냉장고를 살까 고민했던 적도 있었지만, 그것도 결국은 임시방편일 뿐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친구는 임산부 선물로 음식물 처리기를 받았다고 하던데, 그만큼 삶의 질이 달라지긴 한다. 하지만 나에게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숙제처럼 느껴진다. 쓰레기를 버리러 나가는 그 짧은 시간 동안, 왜 나는 늘 이렇게 비효율적인 고민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내일 아침에는 또 어떤 쓰레기가 기다리고 있을까. 어쩌면 완벽하게 해결하겠다는 마음 자체가 문제일지도 모르겠다.

댓글 2
  • 깨끗하게 분리하는 게 정말 번거로워요. 뼈나 껍질 덩어리 때문에 기계가 제대로 작동하기도 어렵다는 점이 흥미로웠네요.

  • 옥수수 속대 때문에 고민되는 부분, 저도 느껴봐요. 제가 냉동 보관할 때도 비슷한 걸 넣어버리는 경우가 있는데, 그때마다 냄새 때문에 좀 난리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