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날파리와의 끝나지 않는 전쟁
매년 여름이면 주방은 거의 전쟁터나 다름없다. 날이 더워지기 시작하면 귀신같이 어디선가 나타나는 초파리들 때문에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처음에는 그냥 한두 마리겠거니 싶어서 무시했는데, 다음 날이면 싱크대 배수구랑 음식물 쓰레기통 주변에 떼를 지어 다니는 걸 보고는 진짜 정신이 아득해졌다. 인터넷에서 찾아본 대로 치약을 물에 풀어서 분무기로 뿌려도 보고, 카페에서 얻어온 커피 찌꺼기도 구석구석 두어 봤다. 커피 찌꺼기는 며칠 지나니까 곰팡이가 피기 시작해서 오히려 더 골치 아픈 존재가 되어버렸다. 그냥 다 버리고 다시 쓰레기통을 씻는데, 이게 내가 왜 이러고 있나 싶더라.
20리터 음식물 쓰레기통의 딜레마
결국 고민 끝에 20리터짜리 대형 쓰레기통을 새로 하나 샀다. 뚜껑이 밀폐가 잘 된다는 광고를 보고 약 3만 원 정도 줬는데, 막상 써보니 이것도 문제가 있었다. 20리터가 생각보다 너무 크다는 점이다. 1인 가구나 2인 가구에서 20리터 채우는 게 어디 쉬운 일인가. 꽉 채우려면 며칠을 방치해야 하는데, 그러면 날씨가 더워서 냄새가 진동을 한다. 그렇다고 다 차지 않았는데 종량제 봉투를 버리자니 매번 돈이 너무 아깝고. 결국 중간쯤 차면 냄새랑 날파리 때문에 못 견디고 그냥 내다 버리게 된다. 처음에는 알뜰하게 살겠다고 샀는데, 결과적으로는 낭비만 하고 있는 기분이다.
잘못된 쓰레기 처리로 생긴 소동
얼마 전에 뉴스에서 부천의 어떤 건물에서 가스 누출 신고가 들어왔는데, 알고 보니 누가 건물 밖 공용 음식물 쓰레기통에 청소용 염산 7리터를 그대로 버렸다는 소식을 봤다. 그걸 보고 정말 아찔했다. 단순히 냄새가 난다고 아무거나 섞어서 버리거나, 성분을 잘 모르는 채로 쏟아버리는 게 얼마나 위험한지 새삼 느꼈다. 나도 가끔 초파리 잡겠다고 이것저것 약품을 섞어 쓰는데, 나중에 나도 모르게 위험한 짓을 하는 건 아닐까 겁이 덜컥 났다. 사실 어버이날 선물로 부모님 댁에 음식물 처리기를 사드릴까 고민도 했었다. 냉동 음식물 처리기는 냄새를 잡아준다고 하니까 좋을 것 같기도 한데, 막상 지인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그것도 나름대로 관리가 까다롭다고 해서 선뜻 결정을 못 하겠다.
여전히 해결되지 않는 미생물 제제 고민
요즘은 미생물 제제를 넣어서 음식물을 분해하는 제품도 많이 나오더라. 이게 정말 효과가 있을까 싶어서 상세 페이지를 한참 들여다봤다. 가격대가 꽤 높아서 한 번 사면 본전을 뽑아야 할 텐데 싶고, 또 관리를 제대로 못 해서 미생물이 다 죽어버리면 어떡하나 걱정부터 앞선다. 결국은 그냥 원래 하던 대로 자주 비우고 닦아내는 게 최선인가 싶기도 하고. 며칠 전에는 화분 비료에서 벼룩파리가 생길 수도 있다는 글을 봤는데, 주방 옆에 둔 작은 화분까지 의심스러워지기 시작했다. 주방이라는 공간이 생각보다 훨씬 더 관리에 예민한 곳이라는 걸 갈수록 체감한다.
결국 제자리걸음인 살림의 하루
여름이 가기 전까지는 아마 계속 이 상태로 지내지 않을까 싶다. 20리터 쓰레기통은 여전히 주방 한구석에서 덩그러니 자리를 차지하고 있고, 나는 오늘도 초파리가 한 마리라도 보이면 무의식적으로 분무기를 찾는다. 누가 보면 깔끔 떠는 것 같겠지만, 실상은 그냥 벌레랑 냄새가 끔찍하게 싫어서 하는 발버둥일 뿐이다. 누군가는 냉장실에 음식물 쓰레기를 넣어서 얼려두라고도 하는데, 그건 도저히 위생적으로 받아들이기 힘들다. 아마 올해 여름도 이렇게 저렇게 고민만 하다가 찬 바람 불 때가 되어서야 좀 조용해지지 않을까. 딱히 뾰족한 수가 안 보인다.
20리터는 진짜 큰 것 같아요. 저희는 10리터 쓰레기봉투를 쓰고 있는데, 좀 더 효율적으로 관리해야 할 텐데.
초파리 때문에 분무기 찾는 모습, 나도 옛날에 비슷한 경험 한 적 있네. 섞어 놓은 약품 때문에 불안한 마음이 느껴져서.
20리터 쓰레기통 크기가 생각보다 커서 낭비하는 느낌이에요. 냉장고에 음식물 보관 습관을 바꿔봐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