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주말, 마음을 단단히 먹고 주방 후드를 청소하기로 했다. 이게 평소에는 잘 안 보이다가도 한번 신경 쓰이기 시작하면 밥 먹다가도 자꾸 눈에 밟히는 법이다. 며칠 전부터 후드 안쪽으로 누런 기름 방울이 맺혀 있는 게 보였는데, 차일피일 미루다 보니 그게 아주 끈적한 상태가 되어 있었다. 주방 세제를 푼 뜨거운 물에 담가두면 금방 지워진다는 글을 어디서 본 것 같아서, 일단 싱크대에 뜨거운 물을 가득 받고 베이킹소다를 아낌없이 부었다.
엉망이 된 싱크대와 끈적이는 기름때
문제는 거기서부터였다. 6만 원 정도 주고 샀던 다목적 기름때 세정제도 같이 뿌려두면 좋다는 생각에 거의 반 통을 들이부었다. 그런데 이 세정제 냄새가 생각보다 독했다. 환풍기를 켜고 창문을 열어놨는데도 코를 찌르는 화학 약품 냄새 때문에 머리가 아플 지경이었다. 후드 필터 두 개를 꺼내 담가두고 20분쯤 지났을까, 다시 와서 보니 기름이 녹아 나오기는커녕 물이랑 기름이 섞여서 이상한 갈색 막을 만들고 있었다. 마치 끈적한 고무처럼 변해버린 기름때가 필터 철망 사이에 더 꽉 끼어버린 느낌이었다. 손으로 문질러봐도 그냥 미끌거리기만 하고 도저히 닦이지가 않았다. 왠지 내가 상황을 더 악화시킨 게 아닌가 싶어 덜컥 겁이 났다.
덕트 청소는 아무나 하는 게 아니라는 깨달음
어찌어찌 솔로 문지르다가 칫솔모까지 망가뜨리고 말았다. 기름때는 그대로인데 주변 싱크대만 세제 거품으로 범벅이 됐다. 예전에 봤던 어떤 청소 업체 블로그에서는 무슨 특수 용액을 쓴다더니, 이런 끈적임은 일반적인 주방용품으로는 도저히 해결이 안 되는 수준인가 보다. 거실 바닥까지 거품이 튀어서 그걸 닦아내는 데만 30분을 썼다. 후드 청소는 1년에 한두 번이면 충분하다는데, 지금 내 상태로는 한 달에 한 번씩 하라고 해도 못 할 것 같다. 결국 다 닦지도 못한 필터를 대충 헹궈서 다시 끼워 넣었다. 완벽하게 깨끗해지지 않은 걸 보니 마음이 찝찝하긴 한데, 더 이상 힘을 쓸 기운이 없었다.
예상보다 훨씬 길어진 주말의 노동 시간
대략 오후 2시쯤 시작해서 5시가 넘어서야 정리가 끝났다. 거의 세 시간 동안 주방에서 기름때랑 씨름을 한 셈이다. 처음에 마음먹을 때는 한 시간이면 충분할 줄 알았는데, 막상 닥치니 시간은 순식간에 흘러갔다. 가스레인지 주변 벽면도 닦아야겠다 싶어 덤볐다가 오히려 기름 얼룩만 더 크게 번져서, 그 뒷수습까지 하느라 거의 탈진 상태가 됐다. 그냥 대충 살 걸 그랬나 싶다가도, 찌든 때를 한번 보고 나니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는 것도 쉽지 않다. 다음번에 할 때는 정말 제대로 된 업체를 부르든지 해야지, 직접 하는 건 가성비도 떨어지고 정신 건강에도 해롭다는 생각이 들었다.
해결되지 않은 찝찝함과 냄새
결국 필터는 반쯤 닦인 상태로 다시 조립했다. 마음 같아서는 새 제품을 사서 갈아 끼우고 싶을 정도다. 주방 구석에서 나는 묘한 기름 찌든 냄새는 여전히 남아있다. 베이킹소다에 식초까지 뿌려가며 별짓을 다 해봤지만, 결국 후드 안쪽 깊숙한 곳의 덕트 부분은 손도 못 댔다. 나중에 인터넷에서 찾아보니 이런 경우는 기름때가 너무 오래돼서 굳어버린 거라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게 낫다는 이야기가 많더라. 진작 검색해 보고 시작할 걸 그랬다. 굳이 내 손으로 고생을 사서 했다는 생각에 허무함만 남는다. 이번 주말에는 아무것도 안 하고 쉬어야겠다.
정말 끈적한 기름때 때문에 얼마나 힘들었을지 상상이네요. 베이킹소다 외에 다른 세제도 꼼꼼히 찾아봐야겠어요.
베이킹소다 넣고 뜨거운 물에 담갔는데 기름이 더 끈적하게 섞여서 닦으려니 정말 답답하더라구요.
세 시간이나 걸렸다는 게 믿기 안 돼요. 저도 가끔 비슷한 경험 하는데, 그때도 시간 가는 줄 모르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