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랍 속에 굴러다니던 낡은 노트북들을 내다 팔기로 했다

서랍 속에 굴러다니던 낡은 노트북들을 내다 팔기로 했다

먼지 쌓인 가전제품들과의 이별

주말 내내 방 구석을 뒤적거리다가 십 년은 족히 넘은 노트북 두 대를 찾아냈다. 하나는 대학 시절 과제용으로 썼던 두툼한 윈도우 7 기반의 모델이고, 다른 하나는 폼 잡겠다고 샀던 얇은 노트북인데 이게 이제는 켜지지도 않는다. 이걸 그냥 버려야 하나, 아니면 고물상에 넘겨야 하나 고민하다가 용산 전자상가 쪽을 한번 알아보기로 했다. 예전에는 용산에 가면 뭐든 다 해결될 것 같은 느낌이었는데, 요즘은 다들 온라인 중고 장터로 가니까 발걸음이 잘 안 떨어진다. 그래도 집에 쌓아두니 공간만 차지하고 마음 한구석이 계속 불편했다. 처음엔 당근마켓에 올릴까 싶었지만, 사양도 너무 낮고 윈도우 7이라 호환성 걱정부터 앞서서 그냥 전문 매입 업체에 연락해보는 게 낫겠다는 판단이 섰다. 괜히 개인 거래했다가 나중에 켜지지 않는다고 연락 올까 봐 피곤할 것 같기도 했고.

용산의 풍경은 내가 알던 그 모습이 아니었다

지하철을 타고 용산역에 내려서 전자상가 쪽으로 걸어갔다. 확실히 예전의 그 북적거림은 거의 사라진 것 같다. 다나와나 온라인 사이트에서 부품 견적 짜고 택배로 받는 시대라 그런지, 상가 안은 꽤 한산했다. 한때는 그래픽카드 하나 사려고 줄을 서기도 했던 곳인데, 지금은 그냥 조용히 부품을 수리하거나 수거하는 업체들 위주로만 돌아가는 듯했다. 낡은 노트북을 들고 돌아다니다 보니 왠지 내가 구시대의 유물을 들고 온 것 같은 기분마저 들었다. 중간에 들른 매장 사장님은 내 노트북을 보자마자 한숨부터 내쉬었다. “이건 사실 고철 수준이에요.”라고 말하는데, 그 말이 참 씁쓸하더라. 내가 아끼던 물건이 남에게는 그냥 무게 단위로 계산되는 폐기물일 뿐이라는 사실을 새삼 체감했다. 결국 대략 2만 원에서 3만 원 정도나 받을 수 있을까 싶은 상황이 되었다.

윈도우 7 모델이 가진 아주 희박한 가능성

그래도 다행인 건, 어떤 사장님은 내 윈도우 7 노트북을 보더니 조금 관심을 보였다는 점이다. 오래된 공장 장비나 특정 프로그램이 윈도우 7 환경에서만 돌아가는 경우가 있어서, 의외로 그런 수요를 찾는 분들이 있다고 했다. “상태가 나쁘지 않네요.”라는 말이 얼마나 반가웠는지 모른다. 사실 가격을 잘 받는 것보다, 누군가에게 다시 쓰일 수 있다는 생각만으로도 처리하는 의미가 생기는 것 같았다. 하지만 이것도 운이 따라야 하는 일이다. 어떤 곳은 아예 쳐다보지도 않았으니까. 8GB 램이 달린 최신형 맥북이랑 비교하면 사실 내 노트북들은 장난감 수준도 안 되지만, 그래도 버려지는 것보다는 나은 운명을 찾는 게 아닐까 싶었다.

결국 처분이라는 과정은 생각보다 번거롭다

결국 노트북 두 대를 처리하고 손에 쥔 돈은 생각보다 적었다. 택시비랑 밥값을 빼고 나면 남는 게 거의 없었지만, 그래도 방 한 칸이 비었다는 사실에 만족하기로 했다. 돌아오는 길에 지하철에서 보니 다들 최신형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을 들고 뭔가를 하고 있더라. 십 년 전만 해도 이 노트북들로 세상을 다 바꿀 것 같았는데, 이제는 그저 처분하기 어려운 골칫덩이가 되어버린 게 조금은 서글펐다. 애플워치 중고를 검색하는 사람들 틈에서 나는 낡은 노트북 케이스를 든 채 멍하니 서 있었다. 아마 다음번에는 이렇게까지 발품 팔아서 나가지 않을 것 같다. 그냥 택배 수거를 해주는 업체에 맡기는 게 몸은 훨씬 편할 테니까. 그래도 직접 가져가서 처리하는 과정에서 용산의 변해버린 풍경을 본 건 나름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다 비워내고 나니 남는 모호한 기분

집에 돌아와서 빈 책상을 보니 마음이 묘하다. 물건이 있던 자리에 먼지만 닦아냈는데, 이상하게도 허전하면서도 시원하다. 앞으로는 전자제품을 살 때도 이렇게 버려질 미래를 생각하게 될 것 같다. AI 기술이 발전해서 이제는 그림도 그리고 코딩도 하는 세상이라지만, 정작 내 서랍 속에서 잠자던 구형 노트북들은 기술의 진보를 따라가지 못한 채 역사 속으로 사라져 갔다. 며칠 뒤에 또 다른 물건을 정리하게 될지, 아니면 이대로 다시 쌓아두게 될지는 잘 모르겠다. 그냥 오늘은 이 정도만 비워내고 푹 쉬고 싶다. 처분하고 받은 돈으로 산 음료수가 생각보다 달게 느껴지는 저녁이다.

댓글 1
  • 윈도우 7 노트북의 가격이 생각보다 낮게 나온다는 게 흥미로운 관찰이네요. 특히 사장님 말씀처럼 ‘고철 수준’이라는 표현이 당시의 상황을 잘 보여주는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