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상 이사 날짜가 잡히니 버려야 할 게 산더미였다

막상 이사 날짜가 잡히니 버려야 할 게 산더미였다

이사를 결정하고 처음 느꼈던 막막함

이사 날짜가 확정되고 나서 가장 먼저 한 일은 거실 바닥에 앉아 멍하니 짐들을 둘러보는 것이었다. 솔직히 말하면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감이 전혀 안 잡혔다. 몇 년 전 결혼할 때만 해도 이 정도는 아니었던 것 같은데, 그동안 쟁여둔 잡동사니들이 생각보다 너무 많았다. 남편이랑 둘이서 ‘이걸 다 어떻게 옮기지?’라는 말만 서너 번 반복했다. 인천포장이사를 알아보기 시작했는데, 포털에 검색하면 나오는 정보들은 광고성 글이 너무 많아서 피로감이 먼저 몰려왔다. 결국 몇몇 카페 후기를 뒤적이다가 그냥 무작위로 세 군데 정도 견적을 요청했다. 견적 보러 오시는 분들이 문을 열자마자 하시는 말씀이 ‘짐이 생각보다 많네요’였는데, 그 말을 들을 때마다 괜히 부끄러워졌다. 짐이 많아서 그런지 비용도 생각보다 비싸게 느껴졌다. 대략적인 견적은 140만 원에서 180만 원 사이였는데, 이게 적정한 가격인지 아닌지 비교할 기준조차 없으니 더 혼란스러웠다.

견적 현장에서 느낀 미묘한 차이들

견적을 받으러 오신 소장님들은 다들 자신만만했다. ‘우리 업체는 이 동네에서 가장 깔끔하게 합니다’라거나 ‘가전은 무조건 분해해서 포장합니다’ 같은 이야기들을 하셨다. 그런데 막상 대화를 나눠보면 어떤 분은 너무 사무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어떤 분은 자꾸 우리 집 인테리어 구조를 지적하며 이래야 한다 저래야 한다 참견을 하셨다. 사실 이사 날짜가 며칠 남지 않은 상황이라 마음이 급한데, 그런 참견들이 썩 반갑지는 않았다. 결국 가장 덜 피곤해 보이는 분에게 연락을 드렸는데, 가격 협상 과정에서도 조금 진이 빠졌다. 160만 원 정도에 합의를 봤는데, 나중에 보니 사다리차 비용은 별도라는 말을 뒤늦게 들어서 기분이 썩 좋지는 않았다. 이사라는 게 원래 이렇게 불투명한 건지, 아니면 내가 너무 준비 없이 덤빈 건지 아직도 잘 모르겠다.

이사 당일 아침의 분주함과 소음

이사 당일 아침 7시 30분, 약속 시간보다 10분 일찍 도착하신 직원분들을 보고 일단 안심은 되었다. 그런데 사다리차를 설치하는 과정에서 창문 프레임에 살짝 흠집이 나는 걸 보고 말았다. 순간 ‘아, 저거 수리비 청구해야 하나?’라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지만, 막상 일하시는 분들 표정을 보니 차마 말을 꺼내기가 어려웠다. 그냥 ‘괜찮아요’라고 말해버렸는데, 사실 내심은 괜찮지 않았다. 집 안으로 들어온 직원 네 분이 순식간에 옷가지와 책들을 박스에 집어넣기 시작했다. 주방 담당하시는 분은 냉장고 안을 보고는 ‘정리 좀 하셨네요’라고 하셨는데, 사실은 어젯밤에 허둥지둥 버린 게 절반이었다. 다들 손이 빠르시긴 했는데, 내가 옆에 서 있으니 자꾸 이 물건은 어디에 둘까요, 저건 버릴까요 물어보셔서 생각보다 에너지가 많이 소모됐다.

생각보다 더 복잡했던 가구 배치와 정리

오후 2시쯤 새 집으로 이동했다. 이삿짐 차가 길목을 막고 있어서 이웃들에게 살짝 눈치가 보였다. 아파트가 아니라 빌라촌이라 그런지 주차 공간이 좁아서 이삿짐 차가 제대로 자리를 못 잡고 30분 정도 시간을 허비했다. 그 사이에 나는 근처 편의점에서 커피를 사서 직원분들에게 드렸는데, 이게 정말 필요한 행동인지 아니면 그냥 의례적인 건지 헷갈렸다. 그래도 웃으면서 받아주셔서 분위기는 조금 풀렸다. 가장 힘들었던 건 침대 프레임 위치를 잡는 것이었다. 안방에 두려고 했던 침대가 창문 높이 때문에 안 들어가서 결국 작은방으로 옮겨야 했다. 직원분들이 군말 없이 다시 옮겨주셨지만, 그때 내뱉으신 한숨 소리가 아직도 귀에 선하다. 결과적으로 정리는 어느 정도 되었지만, 옷장 속은 엉망이고 주방 식기들도 내 평소 동선과는 전혀 다르게 배치되었다. 오늘 다시 다 끄집어내서 정리하고 있는데, 이게 이사인지 노동인지 모르겠다.

끝나지 않은 뒷정리와 묘한 피로감

지금 이사를 끝낸 지 일주일 정도 지났다. 아직도 박스 두 개가 거실 구석에 남아있다. 안에는 뭐가 들었는지 확인조차 안 했다. 아마도 몇 년 동안 안 꺼낼 물건들일 것 같다. 이사 비용으로 160만 원에 사다리차 15만 원, 그리고 직원들 점심값과 음료수까지 합치니 생각했던 예산을 훌쩍 넘었다. 예전에는 셀프로 트럭 빌려서 친구들이랑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그건 정말 철없는 생각이었다. 지금 몸살기가 가시지 않아서 며칠째 제대로 된 밥도 못 먹고 있다. 그냥 이 동네가 익숙해지기만을 바랄 뿐이다. 짐 정리도 다 끝난 게 아니라, 그냥 ‘눈에 안 보이는 곳에 넣어두었다’는 게 정확한 표현일 것 같다. 다음번 이사는 정말 짐을 절반으로 줄여야지 다짐하지만, 아마 그때도 똑같은 상태로 이사를 준비하고 있겠지 싶다. 결론적으로는 큰 사고 없이 끝난 것에 만족해야 하는 건지, 아니면 좀 더 꼼꼼하게 따져보지 못한 것에 아쉬워해야 하는 건지 지금도 마음이 복잡하다.

댓글 2
  • 침대 프레임 위치 때문에 작은방으로 옮겨야 했던 게 정말 답답하네요. 특히 직원분들의 한숨 소리가 기억에 남는다니, 그 순간 얼마나 힘드셨을지 짐작이 갑니다.

  • 침대 옮기는 게 정말 힘들었네요. 저도 비슷한 경험이 있어서 그 당시 직원분들의 노고가 더 느껴졌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