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사 당일 아침에 느꼈던 그 막막함
이사를 결정하고 나서 제일 먼저 했던 건 어플을 깔고 견적을 받아보는 일이었다. 포장이사 어플이 워낙 많으니까 대충 몇 군데 찍어서 비교해봤는데, 가격 차이가 생각보다 커서 놀랐다. 싼 곳은 너무 저렴해서 불안하고, 비싼 곳은 과연 그만큼 값을 할까 싶고. 결국 중간쯤 되는 곳을 골랐는데 이사 당일 아침이 되니까 그런 고민들이 다 부질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짐을 싸서 옮기는 사람들 손에 모든 게 달린 거니까. 아침 8시부터 오셔서 정신없이 짐을 싸기 시작하는데, 생각보다 속도가 너무 빨라서 멍하니 구경만 했다. 냉장고 안의 음식들은 아이스박스에 담기고, 책들은 박스에 차곡차곡 쌓였다. 내가 이 많은 걸 다 가지고 살았나 싶을 정도로 짐이 쏟아져 나오는데 괜히 미안한 마음까지 들더라.
8월의 이사는 정말이지 권할 게 못 된다
하필 이사 날짜를 잡은 게 8월 중순이었다. 손 없는 날이라고 굳이 날짜를 맞춘 건 아니었는데,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다. 날씨가 정말 문제였다.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땀이 줄줄 흐르는데, 이삿짐 센터 직원분들이 좁은 계단을 오르내리며 짐을 옮기는 걸 보니 차마 물 한 병만 건네는 게 미안할 정도였다. 에어컨을 미리 떼어내서 옮겨야 해서 오후 내내 선풍기 하나 없이 집안일을 했는데, 정말 더워서 정신이 혼미했다. 땀 냄새와 먼지가 뒤섞인 공기를 마시며 이게 무슨 고생인가 싶었다. 이사 비용으로 100만 원 중반대를 지불했는데, 날씨 때문인지 왠지 더 큰 돈을 쓴 것 같은 피로감이 몰려왔다.
잔금 치르고 나서 발견한 사소한 문제들
오후 4시쯤 되니까 얼추 큰 짐들은 다 들어왔다. 잔금을 치르고 나니 이제 다 끝났구나 싶어 안도했는데, 그게 착각이었다. 옷장 문 하나가 제대로 안 닫히고, 주방 상부장 선반은 반대로 끼워져 있었다. 다시 부르기도 뭐해서 내가 직접 드라이버를 들고 수정했다. 생각보다 튼튼하지 않은 가구들은 이사 과정에서 상처가 꽤 많이 났다. 침대 프레임 모서리가 까진 걸 보고 마음이 좀 아팠지만, 어쩌겠나. 이미 옮겨온 걸 다시 돌릴 수도 없고. 이런 자잘한 파손들을 하나하나 다 따지기엔 내 에너지가 너무 많이 소진된 상태였다.
정리되지 않은 박스들이 거실을 점령했다
이사 온 집은 구조가 좀 묘해서 냉장고 자리가 애매했다. 결국 주방 동선이 꼬여버렸는데, 그걸 옮길 엄두가 안 나서 일단은 그냥 뒀다. 거실 한복판에 뜯지 못한 박스가 10개는 넘게 쌓여 있었다. 퇴근하고 집에 오면 저 박스들을 하나씩 비워야 하는데, 그게 참 쉽지 않다. 주방 용품부터 정리하려고 박스를 뜯었다가, 책들 때문에 다시 막혀버리고. 밤 11시가 넘어서야 겨우 컵 몇 개를 정리하는 수준이었다. 정리는 돈으로 해결하는 게 아니라 결국 시간이 해결해주는 거라는 말을 실감했다. 지금 일주일이 다 되어가는데도 여전히 현관 옆에는 뜯지 않은 박스 하나가 덩그러니 놓여 있다.
이사라는 게 끝나도 끝난 게 아닌 것 같다
지금 돌이켜보면 이사를 가기 전에 짐을 좀 더 과감하게 버렸어야 했다. 다 가져와 봤자 쓰지 않는 물건들이 태반이다. 8월의 그 더위 속에서 짐을 나르던 생각만 하면 아직도 몸이 끈적거리는 것 같다. 이사 끝나고 나서 동네 맛집이라도 가고 싶었는데, 너무 지쳐서 그냥 배달 음식으로 대충 때웠다. 앞으로 또 이사 갈 일이 있을까 싶지만, 만약 가게 된다면 그때는 정말 필요한 것만 남기고 싶다. 지금도 거실에 쌓인 박스를 보면 한숨이 나오지만, 내일은 조금 더 정리할 수 있겠지 하는 막연한 기대를 한다. 사실 정리가 다 될 때까지는 이게 내 집 같은 느낌이 안 들 것 같다.
냉장고 음식들을 아이스박스로 옮기는 모습이 정말 생생하네요. 저도 비슷한 경험이 있어서 그런 다음엔 미리 냉장고를 비워두려고 노력해요.
이사 후 좁은 계단에서 짐 옮기는 모습 보니 정말 힘들었겠네요. 특히 더위에도 땀만 흘리면서 일해야 했던 상황이 더 안타깝네요.
계절 때문에 힘든 이사 경험이 있으시군요. 저도 여름 이사했을 때 비슷한 고생을 했거든요. 특히 에어컨 떼어내고 선풍기 없이 하느라 더 힘들었던 기억이 나네요.
박스 정리하느라 정말 고생하셨네요. 제 이사 때도 비슷한 경험이 있어서 그 마음 충분히 이해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