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란다 벽면 곰팡이와 대충 타협하고 지내는 중

베란다 벽면 곰팡이와 대충 타협하고 지내는 중

시작은 그저 쿰쿰한 냄새 때문이었다

언젠가부터 베란다 쪽에서 묘하게 퀴퀴한 냄새가 올라오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단순히 날이 습해서 그런가 싶어 문을 더 자주 열어두곤 했는데, 어느 날 무심코 베란다 구석에 쌓아둔 박스를 치우다가 기겁하고 말았다. 박스 뒷면이 까맣게 변해 있었고, 그 뒤에 있던 페인트 벽면에는 마치 무슨 무늬처럼 곰팡이가 피어 있었다. 흔히 말하는 원룸 곰팡이의 전형적인 모습이었다. 빽가 같은 연예인이 해주는 청소 콘텐츠를 보면 무슨 12시간씩 정성을 들여 닦아내던데, 현실의 나는 당장 눈앞의 거뭇거뭇한 자국을 보는 것만으로도 진이 빠졌다.

뿌리는 곰팡이 제거제에 기대했지만

급한 대로 편의점 근처 마트에 가서 벽 곰팡이 제거제라고 적힌 걸 하나 집어 왔다. 가격은 대충 8,000원 정도였나, 크게 고민 없이 샀다. 집에 돌아와서 마스크를 쓰고 무작정 뿌려댔다. 거품이 보글보글 올라오면서 곰팡이가 씻겨 내려갈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드라마틱한 효과는 없었다. 그저 락스 냄새만 집안 전체에 진동할 뿐이었다. 한 30분 정도 기다렸다가 솔로 박박 문지르는데, 이게 벽지 곰팡이인지 콘크리트에 핀 건지 알 수 없지만 벽지가 조금씩 일어나는 게 보였다. 닦아내면 닦아낼수록 벽지가 더 지저분하게 뜯겨 나가는 느낌이라 더 건드리기 무서워졌다.

잘못 건드리면 일이 더 커지는 것 같다

욕실 곰팡이는 락스로 대충 해도 잘 없어지던데, 베란다 벽면은 확실히 다르다는 걸 느꼈다. 벽지 곰팡이 냄새가 여전히 은은하게 남아있어서 신경이 쓰였지만, 괜히 더 닦다가 벽지를 완전히 다 뜯어내야 할 것 같아서 멈췄다. 검색해보니 천안이나 다른 지역에 곰팡이 제거 전문 업체도 많던데, 비용을 물어보니 최소 몇십만 원은 잡아야 할 것 같았다. 이 좁은 원룸에서 그 돈을 들여 베란다 전체를 다시 도배하거나 약품 처리를 하는 게 맞나 싶어 한참을 고민했다. 결국 제습기 하나를 더 돌리는 선에서 타협하기로 했다. 에어컨 필터도 장마철 전에 미리 청소해뒀는데, 사실 그게 곰팡이를 근본적으로 없애는 방법은 아니라는 걸 나도 잘 알고 있다.

그냥 일단 덮어두고 보는 중

결국 곰팡이가 핀 벽면에는 곰팡이 방지용 시트지를 붙여서 가려버렸다. 눈에 보이지 않으니 일단은 냄새도 좀 덜 나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당연히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다. 전문가들은 벽면을 완전히 말리고 결로 방지 페인트를 칠해야 한다고 하지만, 그건 이미 내 능력을 벗어난 일이다. 어차피 이 집에서 평생 살 것도 아니고, 다음 세입자가 들어오기 전에 도배를 다시 하겠지 하는 안일한 마음이 든다. 어제는 비가 많이 와서 베란다 배수구를 다시 한번 확인했는데, 다행히 물은 잘 빠졌다. 곰팡이가 더 번지지만 않았으면 좋겠는데, 요즘 날씨를 보면 그게 가능할지 사실 잘 모르겠다. 일단 오늘 저녁엔 제습기 물통이나 비워야겠다.

댓글 1
  • 비 오는 날씨 때문에 걱정이 더 커지네요. 베란다 배수구 확인하는 모습도 봤는데, 물 빠짐이 제대로 안되면 곰팡이 문제는 더 심해질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