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냉장고를 밀어내다가 마주한 풍경
주말에 큰맘 먹고 냉장고 주변을 정리하기로 했다. 사실 비스포크 AI 하이브리드 냉장고를 산 지 2년 정도 되었는데, 한 번도 냉장고 밑이나 뒤쪽을 제대로 살펴본 적이 없다. 그냥 바닥에 떨어진 간식 부스러기나 닦는 정도였지, 본체를 직접 밀어볼 생각은 전혀 안 했다. 막상 힘을 줘서 냉장고를 살짝 밀어보니, 와, 이건 정말 할 말이 없다. 데코타일 바닥에 정체를 알 수 없는 끈적한 얼룩이 눌어붙어 있었다. 아마 작년에 김치 국물이 튀었거나, 무언가 흘렀는데 제대로 닦지 않아 방치된 모양이다. 처음에는 집에 굴러다니는 테이블 세정제만 뿌리면 금방 지워질 줄 알았다. 그런데 이게 웬걸, 세정제를 뿌리고 5분이 지나도 전혀 미동도 안 한다. 끈적함이 그대로 남아서 걸레질을 해도 오히려 걸레만 새까맣게 변할 뿐이었다.
엉겁결에 시작된 대청소의 늪
결국 청소도우미를 부를까 싶어 에어비앤비 청소업체 몇 곳을 찾아봤다. 하지만 냉장고 뒷부분만 해줄 사람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다들 집 전체를 청소하거나 입주 청소 위주라, 냉장고 이동이랑 보양작업까지 해달라고 하면 배보다 배꼽이 더 클 것 같았다. 결국 혼자 하기로 마음을 먹고 다시 달려들었다. 냉장고 밑에 낀 먼지는 정말 징그러울 정도였다. 얇은 밀대 끝에 물티슈를 감아서 쑤셔 넣었는데, 먼지 뭉치가 끝도 없이 나왔다. 중간에 음식물 쓰레기 수거함에서 냄새가 올라오는 것 같아 얼른 밖으로 내다 버리고 왔다. 이런 걸 보면 정말 살림은 끝이 없다. 바퀴벌레라도 나올까 봐 무서워서 주변을 계속 확인했는데, 다행히 벌레는 없었다. 하지만 이런 환경이라면 바퀴가 생기기 딱 좋겠다는 생각에 등골이 서늘해졌다.
냉동실 수납의 딜레마
냉장고 내부도 문제였다. 냉동실 정리를 한다고 투명 용기를 사서 내용물을 다 옮겨 담았는데, 막상 정리를 끝내고 나니 공간이 더 좁아진 느낌이다. 예전에는 그냥 비닐봉지째로 쑤셔 넣었을 때는 억지로라도 문이 닫혔는데, 이제는 용기 크기가 딱 맞아야 하니까 오히려 테트리스 하기가 더 힘들다. 주방 수납이라는 게 참 아이러니하다. 깔끔하게 하려고 하면 할수록 가용 공간이 줄어드는 기분이랄까. 어제는 주부부업으로 냉장고 정리 컨설팅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는 걸 알게 됐는데, 그 사람들은 도대체 어떻게 이 좁은 칸에 물건을 다 집어넣는지 궁금하다. 나는 겨우 냉동실 하나 정리하는데 3시간이 걸렸다. 다 하고 나니 허리도 아프고 당이 떨어져서 손이 다 떨렸다.
여전히 남은 끈적함과 미련
결국 데코타일 위의 얼룩은 완전히 지우지 못했다. 전용 제거제를 사야 하나 싶어 인터넷을 뒤져봤는데, 독한 성분이 많다는 후기를 보고는 그냥 포기했다. 그냥 매트라도 한 장 깔아서 가려버릴까 생각 중이다. 사람들은 어떻게들 그렇게 깔끔하게 사는지 모르겠다. 유튜브에서 보면 다들 비포 애프터가 완벽하던데, 내가 하면 왜 항상 2%가 부족한지 모르겠다. 오늘 고생한 보람이 있는 건지, 아니면 그냥 내일 냉장고를 다시 제자리로 밀어 넣으면 똑같은 모습일지 잘 모르겠다. 일단 오늘 저녁은 배달 음식이나 시켜 먹어야겠다. 냉장고 정리를 하느라 기운을 다 뺐더니 도저히 요리할 엄두가 안 난다. 바닥의 얼룩은 내일의 나에게 맡기기로 했다.
밀대랑 물티슈 조합, 정말 끈기 있게 하셨네요. 제가 비슷한 거 할 때는 금방 포기하는데.
투명 용기 사서 옮겨 담으니까 오히려 공간이 좁아진 것 같네요. 제가 비슷한 경험한 적이 있는데, 결국 다른 방법으로 해결했었어요.
밀대랑 물티슈 조합은 정말 끈적함에 취약하더라고요. 얇은 밀대 대신 좀 더 두꺼운 거나, 폼 클렌징 폼을 사용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