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처음에는 이게 구원인 줄 알았다
여름이 다가오면 싱크대 근처에서 나는 그 특유의 퀴퀴한 냄새가 너무 싫었다. 솔직히 말하면 냄새보다도 하루만 지나도 꼬이는 초파리들이 정말 징글징글했다. 그래서 큰맘 먹고 진공 음식물 쓰레기통이라는 걸 샀다. 5L 용량이었는데, 배송비 포함해서 대략 4만 원 중반대였던 걸로 기억한다. 상자에서 꺼낼 때만 해도 이제 우리 집 주방에 평화가 찾아올 거라고 믿었다. 디자인도 깔끔하고, 버튼을 누르면 공기가 빠져나가면서 냄새가 완벽히 차단된다는 설명이 참 매력적이었다. 2L짜리 작은 것도 있었는데 괜히 넉넉한 게 좋을 것 같아서 5L를 고른 게 내 판단 실수였을까. 지금 생각해보면 너무 컸다.
생각보다 무거웠던 현실의 무게
막상 제품을 써보니 기계식으로 진공을 만드는 과정이 생각보다 번거로웠다. 매번 뚜껑을 닫고 버튼을 눌러서 공기를 빼내는 작업이 며칠은 재미있었는데, 어느 순간부터는 귀찮아지기 시작했다. 특히 아침에 바쁘게 출근 준비를 하거나 저녁에 피곤해서 널브러져 있을 때는 그 과정 자체가 노동처럼 느껴졌다. 게다가 본체 자체가 꽤 묵직해서 설거지할 때마다 싱크대 옆에서 치우는 것도 일이었다. 안쪽 벽면에 음식물 국물이 한 번 튀면 닦아내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다. 그냥 일반 비닐봉지에 담아서 묶어두는 게 훨씬 편하다는 결론에 도달하는 데까지 딱 한 달이 걸렸다.
물티슈 캡의 뜻밖의 재발견
진공 쓰레기통을 구석에 밀어두고 다시 예전처럼 그냥 비닐에 담아 배출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인터넷에서 본 팁 하나가 생각났다. 다 쓴 물티슈 캡을 봉투 입구에 붙여서 사용하는 거였다. 이게 정말 별거 아닌데 은근히 효과가 좋다. 어차피 버릴 쓰레기봉투인데 캡을 붙여두니까 입구를 닫기가 훨씬 수월해졌다. 완벽하게 밀폐가 되는 건 아니지만, 최소한 초파리가 들락날락하는 건 막아주는 느낌이다. 가끔은 내가 왜 4만 원이나 주고 산 기계를 내버려 두고 이렇게까지 하나 싶기도 하다. 그래도 캡을 붙여서 싱크대 구석에 걸어두면 마음은 한결 편하다. 요즘은 이게 최선인가 싶어서 그냥 이렇게 지내고 있다.
냄새가 나면 어디서 나는지 찾는 게 일이다
가끔 집에서 도저히 정체를 알 수 없는 냄새가 날 때가 있다. 분명히 음식물은 다 버렸는데도 어디선가 쿰쿰한 냄새가 올라온다. 그럴 때면 혹시 쓰레기통 뒤쪽이나 구석에 음식물 찌꺼기가 떨어졌나 싶어 온 집안을 뒤진다. 예전에 쓰레기통 뒤에서 벌레 비슷한 걸 본 적이 있어서 더 예민하게 구는 것 같기도 하다. 사실 범인은 쓰레기통이 아니라 배수구 망에 낀 작은 찌꺼기인 경우가 많은데도, 괜히 탓할 대상을 찾게 된다. 어제도 한참을 엎드려서 싱크대 하부장을 닦았다. 무릎도 아프고 시간도 벌써 1시간이 훌쩍 넘어가 있었다.
무임승차하는 쓰레기들
가끔 아파트 단지 쓰레기장에 내려가 보면 참 화가 날 때가 많다. 누구는 돈을 들여서 냄새 차단되는 제품을 쓰고 벌레랑 씨름하면서 분리배출을 하는데, 어떤 사람들은 일반 쓰레기봉투에 음식물을 잔뜩 섞어서 버린다. 배달 음식 용기째로 그냥 쑤셔 넣는 사람들도 보인다. 무단 투기하는 사람들을 보면 내가 이렇게까지 애써서 관리하는 게 무슨 소용인가 싶기도 하다. 정부에서 배달 앱이랑 연계해서 폐기량을 줄이겠다고 하지만, 당장 내 앞의 현실은 바뀌는 게 별로 없다. 쓰레기통 하나 잘 쓴다고 해서 내 주방이 근본적으로 깨끗해지는 건 아닌 것 같다. 오늘도 여전히 밀폐용 음식물 쓰레기통은 싱크대 밑에서 먼지를 뒤집어쓴 채 방치되어 있다. 이걸 그냥 버려야 할지, 아니면 다시 한번 써봐야 할지 결정을 못 내린 채로 그냥 놔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