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실 유리 물때랑 씨름하다 그냥 놔두기로 했다

욕실 유리 물때랑 씨름하다 그냥 놔두기로 했다

시판 세정제로 시작한 엉뚱한 도전

며칠 전부터 화장실 유리 파티션에 뿌옇게 낀 물때가 눈에 거슬렸다. 매번 스퀴지로 닦아내야지 다짐만 하다가, 결국 참지 못하고 인터넷에서 욕실 전용 세정제라는 ST-100v를 주문했다. 가격은 대략 1만 원 초반대였는데, 평소에 쓰던 락스보다 좀 더 전문적인 느낌이 들 것 같아서 기대가 컸다. 설명서에는 몇 초만 바르고 헹구라고 되어 있어서 그대로 따라 했다. 솔직히 말하면 처음에는 좀 신이 났던 것 같다. 이게 다 닦이면 호텔 화장실처럼 반짝거릴 줄 알았으니까.

닦아도 지워지지 않는 줄무늬의 정체

그런데 이게 웬일인지, 전체적으로 유리 아래쪽은 투명해졌는데 이상하게 줄무늬가 있는 부위만 얼룩이 그대로 남았다. ST-100v를 다시 덧발라보고 칫솔로 문질러도 봤지만 그 묘한 자국은 사라질 기미가 없었다. 마치 유리에 영구적으로 스며든 것 같은 느낌마저 들었다. 이게 산성 성분이 강해서 유리가 상한 건지, 아니면 애초에 물때가 아니라 유리 부식인 건지 구분도 안 갔다. 괜히 건드려서 일을 키운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거울이나 유리 청소에는 식초를 쓰라는 말도 들었는데, 이미 세정제까지 동원한 마당에 식초를 뿌리는 게 의미가 있을까 싶어 그냥 멈췄다.

감자와 참기름병이 주는 뒤늦은 깨달음

청소를 마무리하고 나서야 집에 굴러다니던 감자를 반으로 잘라 수전이나 문지르면 좋다는 정보들을 찾아봤다. 미리 알았더라면 거창하게 세정제 사서 고생하지 않았을 텐데 싶었다. 참기름병을 활용해서 꽃병을 만들거나 하는 소소한 살림 팁들도 눈에 들어왔지만, 지금 당장 내 눈앞의 얼룩진 유리 파티션을 보고 있자니 그런 정성스러운 살림은 사치라는 생각이 들었다. 욕실 유리는 그냥 샤워 직후에 스퀴지로 물기만 잘 털어줬어도 이런 고생은 안 했을 텐데, 뒤늦은 후회만 남는다.

여전히 남아있는 희뿌연 얼룩과의 공생

결국 유리 파티션의 줄무늬 얼룩은 완벽히 지우지 못한 채로 방치하기로 했다. 계속 신경 쓰면서 스트레스받는 것보다 그냥 눈을 감는 게 정신 건강에 이롭다는 판단이 섰다. 나중에 또 갑자기 청소 욕구가 생기면 그때 다른 방법을 찾아보겠지만, 지금은 세탁실 배수구에서 올라오는 냄새를 잡는 게 더 급한 상황이다. 배수구에 따뜻한 식초물을 부어두는 게 살균에 좋다고 해서 일단 그것부터 해볼까 싶다. 화장실 청소라는 게 해도 해도 끝이 없다는 말을 새삼 실감하는 중이다. 깨끗해지길 바라는 마음은 굴뚝같지만, 당분간은 이 얼룩진 상태 그대로 지내보려고 한다. 이게 과연 언제쯤이면 완벽하게 사라질지, 혹은 이대로 그냥 정착하게 될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