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갑자기 시작된 냉장고 대청소의 비극
주말에 문득 냉장고를 열었는데 왜 이렇게 답답해 보일까 싶었다. 분명히 냉장고 앞면에는 예쁜 자석이랑 잊지 말아야 할 전단지들이 잔뜩 붙어 있었고, 안쪽에는 먹다 남은 김치랑 정체 모를 소스들이 한가득이었다. 인터넷에서 본 정리 고수들의 사진처럼 싹 비우고 닦으면 집이 좀 넓어 보일까 싶어서 시작했는데, 이게 일을 크게 만들 줄은 몰랐다. 처음에는 그냥 가볍게 내부 칸칸이 닦아내고 유통기한 지난 것들만 버리려고 했다. 그런데 냉장고 옆면이랑 바닥에 굴러다니는 먼지 뭉치들을 보니까 갑자기 참을 수가 없더라. 평소에는 신경도 안 쓰던 구석이었는데 왜 하필 그날따라 눈에 거슬렸는지 모르겠다.
냉장고 틈새와 기름때의 끈질긴 사투
냉장고를 살짝 밀어보려고 했지만 어림도 없었다. 덩치 큰 4도어 정수기 냉장고라 혼자서는 꿈쩍도 안 하더라. 예전에 세탁실 청소할 때 썼던 세제를 가져와서 렌지후드 청소하듯 닦아보려 했는데, 냉장고 뒤쪽이랑 옆면 틈새에 낀 기름때는 일반적인 주방세제로는 절대 안 지워졌다. 이게 끈적끈적하게 들러붙어서 먼지랑 뒤섞여 있으니까 거의 뭐 접착제 수준이었다. 다이소에서 산 저렴한 솔로 박박 문질러도 보고, 뜨거운 물에 적신 행주로 불려도 봤지만 팔만 아프고 진전이 없었다. 결국 한두 시간 낑낑대다가 포기하고 거실 바닥에 주저앉아 버렸다. 로봇청소기 세정제 같은 거라도 쓰면 좀 나을까 싶었는데, 냉장고 외관이나 틈새용은 아니니까 괜히 가전 망가뜨릴까 봐 그만뒀다.
결국 사람을 부르기로 결심하기까지
이런 걸 청소업체에 맡기는 게 맞나 고민이 많았다. 예전에 냉장고 냉기가 안 돌아서 서비스 센터에 불렀을 때 출장비로만 3만 3천 원이 나갔던 기억이 났다. 수리비는 그보다 더 나왔고. 단순히 ‘청소’인데 돈을 쓰는 게 맞는 건지, 아니면 내가 좀 더 고생하면 해결될 일인지 한참을 망설였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이 기름때랑 좁은 틈새는 내 기술로는 답이 안 나왔다. 고인 유품 정리 업체나 사무실 바닥 청소하는 곳 말고, 그냥 일반 가정집 가전 청소해주는 곳을 급하게 찾았다. 인천 파출부 부르듯이 동네 커뮤니티에 물어봤더니 요즘은 냉장고 내부뿐만 아니라 외관이랑 틈새까지 봐주는 곳이 있다고 했다. 가격대는 업체마다 천차만별이었는데, 대충 10만 원에서 15만 원 사이를 부르는 곳이 많았다. 당장 주말에 시간이 되는 곳을 예약했다.
청소 당일의 묘한 당혹감과 결과
기사님이 오셔서 냉장고를 완전히 끄집어냈을 때 그 뒤편의 상태를 보고는 사실 좀 민망했다. 우리 집이 이렇게 더러웠나 싶고, 기사님이 묵묵히 청소기 돌리고 약품 뿌려서 닦아내는 걸 보는데 내가 왜 이걸 혼자 하겠다고 설쳤나 후회가 됐다. 특히 화강석 바닥에 눌어붙은 오염은 전용 세제를 써야 한다면서 꼼꼼히 닦아주셨는데, 작업 시간이 생각보다 길었다. 거의 3시간 가까이 걸렸던 것 같다. 기사님이 가시고 나서 다시 냉장고를 밀어 넣었는데, 와, 진짜 새 냉장고처럼 반짝거리는 게 아니라 그냥 ‘깨끗해진 냉장고’가 된 게 기분이 참 묘했다. 깨끗하긴 한데, 이게 10만 원이 넘는 가치가 있는 건지 아니면 그냥 내 노동력을 돈으로 산 건지, 끝내 알쏭달쏭했다.
남겨진 고민들
청소를 다 끝내고 나니까 이제는 냉장고 앞면에 붙여뒀던 그 지저분한 쿠폰이랑 전단지가 너무 거슬려서 다 떼어버렸다. 냉장고 옆면도 깨끗해졌는데, 이제 여기에 뭘 붙이면 또 기름때랑 먼지가 낄 것 같아서 아무것도 안 붙이기로 했다. 그런데 또 막상 아무것도 없으니 냉장고가 너무 썰렁해 보이기도 하고. 주말 내내 청소하느라 시간 다 쓰고, 돈도 쓰고, 결국 남은 건 깨끗해진 벽면뿐이다. 다음에 또 기름때가 생기면 그때는 그냥 포기하고 살지, 아니면 또 사람을 부를지 잘 모르겠다. 확실한 건, 가전은 확실히 전문가가 관리하는 게 속은 편하다는 거다. 혼자서 끙끙대며 렌지후드랑 냉장고 틈새 붙잡고 씨름했던 지난 시간들이 좀 허무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어쨌든 지금은 깨끗해졌으니까 된 거겠지.
저도 4도어 냉장고 청소할 때 완전 똑같은 경험이라니, 진짜 공감되네요. 솔직히 기름때 때문에 몇 시간째 붙잡고 있었거든요.
냉장고 청소 업체에 연락하는 게 그렇게 큰 부담은 아니더라고요. 제가 생각해보니, 기름때 제거는 정말 쉽지 않게 느껴졌어요.
저도 비슷한 경험 있어요. 렌지후드 청소할 때처럼 낑낑대다가 결국 업체에 맡기는 게 정신 건강에 더 좋을 것 같아요.
렌지후드 청소할 때도 그랬던데, 기름때가 완전히 없어지는 게 아니라 그냥 덮인 느낌이라 좀 답답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