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만 보고 고른 분리수거함 때문에 매일 퇴근길이 번거로워졌다

디자인만 보고 고른 분리수거함 때문에 매일 퇴근길이 번거로워졌다

합정역 작업실에 카페식 서비스테이블을 만들기로 했던 시작

지난해 봄, 합정역 인근의 나즈막한 상가 건물 2층에 작은 개인 작업실을 계약했다. 독립하고 처음 얻는 내 공간이다 보니 인테리어에 대한 욕심이 꽤 컸다. 특히 미팅을 위해 방문하는 손님들이나 가끔씩 드나드는 협력업체 직원들이 편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한쪽 벽면에 카페 셀프바 느낌이 물씬 풍기는 원목 서비스테이블을 배치해 두었다. 에스프레소 머신도 올려두고 시럽과 빨대, 그리고 예쁜 종이컵까지 갖춰 놓으니 제법 그럴듯한 공간이 완성되었다. 하지만 문제는 그 옆에 놓을 쓰레기통을 선택하는 과정에서 시작되었다. 처음 계약할 때만 해도 상주 인원이 나를 포함해 둘뿐이라 굳이 외부 청소업체를 쓸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매일 퇴근하기 전에 가볍게 비우면 그만일 거라 여겼던 것이 나중에 얼마나 큰 귀찮음으로 돌아올지 그때는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

공간을 덜 차지할 것 같아 선택한 3단분리수거함의 실망감

서비스테이블 옆 공간이 다소 협소했기에, 가로로 넓게 퍼지는 일반 쓰레기통보다는 위로 층층이 쌓아 올리는 구조가 낫겠다는 판단이 들었다. 인터넷 쇼핑몰을 며칠간 뒤지다가 후기가 많고 디자인이 깔끔해 보이는 3단분리수거함을 4만 원대 초반 가격으로 구매했다. 파스텔 톤에 전면이 깔끔하게 차단되는 플라스틱 서랍식 구조였다. 제품을 받아 서비스테이블 옆에 놓았을 때만 해도 인테리어와 아주 잘 어울려 만족스러웠다. 그러나 실사용을 시작한 지 일주일도 안 되어 단점들이 명확하게 드러났다. 서랍을 앞으로 비스듬히 당겨서 여는 방식이었는데, 손님들이 던져 넣은 플라스틱 컵이나 뚱캔이 서랍 내부 걸쇠에 걸려 뚜껑이 완전히 닫히지 않는 일이 빈번했다. 게다가 분리수거함 내부 플라스틱 통의 유효 용량이 생각보다 너무 작아서 음료 캔 서너 개와 페트병 몇 개만 들어가도 금방 꽉 차버렸다.

비닐대봉투와 배접봉투 규격이 어긋날 때 생기는 스트레스

쓰레기를 비울 때마다 통째로 들고 나가기 번거로워 안쪽에 비닐을 씌워 사용하기로 했다. 인터넷으로 대량 구매한 일반적인 비닐대봉투와 밑바닥이 넓게 제작된 배접봉투를 준비해 두었다. 하지만 이 봉투들의 규격이 우리가 구매한 3단분리수거함 내부 용기 사이즈와 묘하게 어긋났다. 보통 가정에서 흔히 쓰는 20L쓰레기통 전용 비닐을 씌우면 좌우 폭이 남아돌아 서랍을 닫을 때 틈새로 삐져나왔고, 그렇다고 한 단계 작은 10L용 봉투를 끼우면 쓰레기 무게 때문에 봉투 입구가 아래로 쑥 내려앉아 버렸다. 어느 날 퇴근 무렵, 음료가 덜 비워진 플라스틱 컵들이 쌓이면서 젖은 무게 때문에 비닐봉투가 통째로 흘러내린 줄도 모르고 쓰레기가 계속 쌓였다. 결국 플라스틱 외함 바닥에 정체 모를 끈적한 음료 액체와 커피 찌꺼기가 고여 진득하게 눌러붙어 있었다. 좁은 화장실 세면대에서 그 큰 플라스틱 통을 붙잡고 씻어내는 내내 짜증이 밀려왔다.

이지캔과 바퀴달린쓰레기통을 추가하며 겪은 시행착오

결국 3단 수거함 하나로는 도저히 감당이 안 되어 쓰레기통을 추가로 구매하기 시작했다. 일반 쓰레기 냄새를 잡는 데 탁월하다는 이중 밀폐형 이지캔을 약 3만 원 후반대에 들였고, 부피가 큰 종이 박스나 플라스틱 통을 한꺼번에 모아 건물 밖 배출구로 쉽게 이동하기 위해 하단에 바퀴달린쓰레기통 형태의 대형분리수거함도 하나 더 장만했다. 확실히 바퀴가 달린 대형분리수거함은 일주일에 한 번씩 지하 분리수거장까지 무거운 쓰레기를 낑낑대며 들고 가지 않고 굴려서 갈 수 있어서 이동상의 편리함은 있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서비스테이블 주변은 처음에 원했던 미니멀한 카페 감성과는 거리가 먼, 온갖 크기와 색상의 쓰레기통들이 줄지어 서 있는 어수선한 재활용 집하장처럼 변해버렸다. 기능성을 좇다 보니 인테리어를 완전히 포기하게 된 셈이다.

결국 주 1회 청소 대행을 알아볼 수밖에 없었던 여름철 초파리 소동

진짜 고비는 기온이 급격히 올라가던 7월 중순에 찾아왔다. 탕비실 세면대 공간이 협소하다 보니 방문객들이 마신 음료 컵을 매번 완벽하게 물로 헹궈서 분리 배출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려웠다. 대충 털어 넣은 단 음료 찌꺼기와 커피 시럽 냄새를 맡고 어디선가 초파리들이 몰려들었다. 이지캔 내부의 종량제 봉투는 밀폐력이 좋아 냄새가 덜했지만, 물기가 남은 캔과 페트병을 모아둔 대형 수거함 주변은 그야말로 초파리들의 천국이 되었다. 출근해서 수거함 뚜껑을 열 때마다 수십 마리의 초파리가 얼굴 안면으로 날아오르는 경험을 하고 나니 손끝 하나 대기 싫어질 정도로 스트레스가 극에 달했다. 결국 합정동 주변의 소형 사무실을 전문으로 관리해 주는 청소업체 몇 군데에 전화를 걸어 견적을 문의했다. 주 1회 방문해서 쓰레기를 수거하고 주변을 정리해 주는 비용이 월 12만 원에서 15만 원 선이라는 답변을 받았다. 아주 비싼 금액은 아니었지만, 고작 두 명이 쓰는 공간의 쓰레기 처리를 위해 매달 고정 지출을 늘려야 한다는 사실이 못내 씁쓸해 선뜻 계약서에 도장을 찍지 못했다.

아직도 명확한 답을 찾지 못한 사무실 쓰레기 처리의 굴레

요즘은 결국 청소 대행 계약을 미룬 채, 귀찮더라도 내가 몸을 더 움직이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매일 오후 6시가 되면 귀찮음을 무릅쓰고 수거함 내부를 확인해 캔과 페트병을 직접 물로 헹궈내고, 3단 수거함의 좁은 서랍을 비운다. 하지만 업무가 몰려 밤샘 작업을 하거나 주말에 며칠 방치해 두는 날이면 어김없이 퀴퀴한 냄새가 작업실 초입부터 풍겨와 코를 찌른다. 처음에 분리수거함 디자인과 배치만 예쁘게 해두면 모든 게 알아서 굴러갈 줄 알았던 내 안일함이 원망스럽다. 쓰레기통 쇼핑과 비닐 봉투 시행착오에 낭비한 비용만 해도 벌써 10만 원이 훌쩍 넘어가는데, 정작 매일 퇴근길에 겪는 이 사소하고 반복적인 노동에서 언제쯤 해방될 수 있을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 이번 주말에도 한쪽 구석에 덩그러니 놓인 이지캔과 바퀴달린 수거함을 바라보며, 차라리 몸 편하게 청소 업체를 부르는 게 나았을까 하는 미련이 여전히 머릿속을 맴돈다.

댓글 4
  • 바퀴 달린 쓰레기통 덕분에 이동은 편해졌지만, 결국 이렇게 냄새 때문에 힘들어지네요.

  • 이거 쓰고 보니, 제가 분리수거함 고민 진짜 많이 하는 사람인 것 같아요. 컵 쏟는 문제랑 용량 부족 때문에 스트레스 받는 상황 비슷한 거 저도 몇 번 겪어봤거든요.

  • 처음에 3단 분리수거함이 생각보다 공간을 많이 차지하게 되네요. 특히 컵이나 캔을 넣을 때 서랍 걸쇠에 걸리는 문제 때문에 불편하셨다니, 디자인뿐만 아니라 실용성도 고려해야겠어요.

  • 비닐 봉투 사이즈 때문에 정말 답답하셨겠어요. 저는 비슷한 경험 한번 해봤는데, 바구니 크기에 맞춰 비닐을 잘라야 하는 게 생각보다 훨씬 번거로워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