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거운 컴퓨터 책상을 내놓고 온 날

무거운 컴퓨터 책상을 내놓고 온 날

어제는 벼르고 별렀던 컴퓨터 책상을 드디어 밖으로 내놨다. 3년 전 이 원룸에 처음 들어올 때 인터넷에서 5만 원 정도 주고 산 저렴한 책상인데, 이게 막상 버리려고 하니 보통 일이 아니더라. 처음에는 나 혼자 분해해서 1층 쓰레기장까지 옮길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드라이버 하나 들고 땀을 뻘뻘 흘리며 나사 몇 개를 풀었는데, 상판이 무거워도 너무 무거운 거다. 결국 중간에 포기하고 대형폐기물 스티커를 사러 편의점으로 갔다. 스티커 한 장에 4,000원인가 5,000원 정도 했던 것 같은데, 이 돈을 내고 버리는 게 맞나 싶으면서도 당장 내 방에서 이 큰 덩어리를 치울 수만 있다면 그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스티커를 붙여두고 겪은 묘한 불안감

스티커를 붙여서 밖으로 내놓긴 했는데 이상하게 마음이 편치 않았다. 요즘 분리수거 업체들이 기준이 까다로워졌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어서다. 춘천 쪽 기사였나 어디서 폐기물 수거가 까다로워졌다는 내용을 본 뒤로, 행여나 내가 내놓은 방식이 잘못되어 수거 아저씨가 그냥 지나치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들었다. 책상을 내놓으면서 행인들이 가져가거나 이상하게 헤집어 놓지는 않을까 싶어 몇 번을 들락날락했다. 예전에 친구가 가구 버릴 때 수거 업체랑 소통이 꼬여서 며칠 동안 집 앞에 방치했던 기억이 떠올라 괜히 더 예민해진 것 같다.

낡은 가구 하나 치우는 게 왜 이렇게 어려운지

결국 아침에 나가보니 다행히 책상은 사라져 있었다. 그런데 그 자리에 남은 먼지나 긁힌 자국을 보니까 묘하게 기분이 이상했다. 좁은 방에서 나름대로 블로그도 하고 게임도 하던 공간이었는데, 막상 이렇게 비워지고 나니 방이 썰렁해졌다. 가구처분을 업체에 맡기는 사람들도 있다던데, 나처럼 직접 스티커 붙여서 내놓는 과정이 은근히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소모가 크다. 특히 그 무거운 걸 옮길 때의 그 막막함이란. 땀 냄새가 밴 옷을 벗어 던지고 나니 이제야 정리가 된 것 같기도 하고, 반대로 뭐가 하나 빠져서 더 어색한 것 같기도 하고 그렇다.

폐기물 수거 과정을 지켜보며 드는 생각

사실 대형 폐기물을 내놓는다는 게 별거 아닌 일인데, 왜 이렇게 신경이 쓰이는지 모르겠다. 우리 집 근처 수거 담당하시는 분들은 새벽 일찍 오시는데, 한 번은 늦잠 자다가 그 소리에 깬 적이 있다. 그때 그분들이 다루는 방식이 생각보다 거칠어서 살짝 놀랐던 기억이 난다. 내가 정성껏 테이프로 고정해둔 스티커가 잘 붙어 있을까, 혹시나 누가 가져가서 길가에 다시 버려두지는 않았을까 하는 사소한 불안함. 어찌 보면 내 일상의 뒷정리를 타인에게 온전히 맡겨야 하는 상황 자체가 내겐 조금 낯선 경험인 것 같다.

여전히 남은 처리해야 할 것들에 대하여

책상은 치웠지만, 사실 방 구석에는 아직 버리지 못한 작은 잡동사니들이 수두룩하다. 폐지 수거함에 매번 들고 가기 귀찮아서 쌓아둔 택배 박스들이나, 정체 모를 전선 뭉치들. 이런 것들을 한꺼번에 정리하고 싶은데 사실 엄두가 안 난다. 누군가는 유품 정리사나 전문 정리업체를 부르면 편하다고 하지만, 아직 내 손으로 하나씩 버려야 할 것들이 더 남았다는 사실이 왠지 모르게 마음 한구석을 불편하게 한다. 깔끔하게 비우고 살고 싶은데, 비우는 과정 자체가 왜 이렇게 짐처럼 느껴지는지. 오늘은 일단 책상 하나 비운 것에 만족해야 할지, 아니면 내일은 저 짐들을 다 가져다 버려야 할지 여전히 고민 중이다.

댓글 3
  • 책상 치우는 게 그렇게 힘들진 않았던데, 뭔가 집안에 쌓인 모든 것들을 정리하는 게 막막한 기분이어서 그런가 봐요.

  • 책상 옮길 때 진짜 힘들었겠다. 비슷한 경험 한번 해본 적이 있는데, 상판에 무거운 물건 얹고 밀 때 손목이 아플 지경이었어.

  • 스티커 붙이는 걸 보니까, 가구를 내놓을 때마다 그런 걱정이 될 줄은 몰랐네요. 특히 폐기물 수거 때문에 더 신경 쓰이셨던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