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 준비하다가 1톤 트럭을 부를까 고민했던 날

이사 준비하다가 1톤 트럭을 부를까 고민했던 날

생각보다 짐이 너무 많이 나와서 당황했던 순간

이사 날짜가 잡히고 나서 가장 먼저 한 일은 당연히 짐 정리였다. 나는 분명히 미니멀하게 산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서랍을 비우고 창고를 뒤져보니 끝도 없이 쏟아져 나왔다. 특히 5년 넘게 쓰던 낡은 소파랑 아이가 쓰던 원목 침대 프레임이 문제였다. 처음엔 동네 편의점이나 주민센터 가서 대형폐기물 스티커를 사서 붙이면 되겠지 싶었는데, 막상 그 크기를 눈으로 확인하고 나니 마음이 싹 바뀌었다. 저 무거운 걸 엘리베이터까지 옮길 엄두가 나지 않았다. 이웃들 눈치도 보이고, 무엇보다 내가 이걸 혼자 옮기다가 허리라도 다치면 이사 자체가 꼬일 것 같았다.

집게차를 부를까 고민했던 그날의 풍경

결국 인터넷을 뒤져서 1톤 집게차나 폐기물 수거 업체들을 검색하기 시작했다. 비용은 천차만별이었다. 대충 알아보니 1톤 한 차 분량에 따라 20만 원에서 40만 원 정도를 부르는 곳이 많았다. 예전에 뉴스에서 본 것처럼 1톤 트럭에 가득 찬 쓰레기를 치우는 전문 업체들 사진을 보니 내 짐은 그에 비하면 양반이다 싶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이걸 다 버리는 데 그 정도 돈을 쓰는 게 맞나 싶어 한참을 고민했다. 결국 지인한테 물어보니 그냥 사람을 쓰라고 하더라. 짐이 적어 보여도 막상 실으면 1톤 트럭 공간을 다 차지한다고.

낡은 가구들과의 이별, 그 어정쩡한 마무리

결국 업체를 부르기로 마음먹고 견적을 받았다. 기사님은 사진을 보더니 1톤이면 충분하겠다고 하셨다. 근데 그분이 오셔서 하시는 말씀이 더 묘했다. ‘요즘 고철값도 떨어져서 사실 가구 버리는 게 돈이 많이 들어간다’며 무뚝뚝하게 말씀하시는데, 그 말이 왜 그렇게 씁쓸하게 들리던지. 그냥 물건 하나 버리는 건데 이사 과정에서 느끼는 피로감이 짐보다 더 무겁게 느껴졌다. 이사를 앞두고 낡은 침대랑 소파가 현관 앞에 덩그러니 놓인 걸 보니 이제 진짜 여기를 떠나는구나 싶긴 했는데, 동시에 이게 다 얼마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고철이나 중고 책이라도 팔아볼까 했던 생각

잠깐 딴생각을 하기도 했다. 중고 책 수거 업체에 전화를 해서 책이라도 팔면 치우는 비용이라도 줄일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였다. 근데 웬걸, 요즘은 깨끗한 책 아니면 잘 안 가져간다고 한다. 1톤 트럭 가득 채울 만큼 쌓아두면 뭐라도 남을 줄 알았는데, 결국은 돈을 내고 버려야 하는 상황이 된 거다. 그냥 처음부터 마음을 비우고 적당한 업체를 골라 깔끔하게 넘기는 게 정신건강에 좋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고민하는 시간에 체력을 비축하는 게 더 현명했다는 뒤늦은 깨달음이다.

해결은 됐지만 여전히 남는 찜찜함

결국 폐기물 수거 작업은 한두 시간 만에 끝났다. 1톤 트럭에 실린 짐들이 사라진 자리를 보니 속이 시원하면서도 괜히 허전했다. 꽤 큰돈을 썼는데 그 대가가 고작 낡은 가구들을 치운 것뿐이라는 사실이 현실적으로 다가왔다. 이사라는 게 원래 이런 것인가 보다. 더 많은 짐을 안고 가는 것보다, 이렇게 돈을 써가며 짐을 줄여나가는 과정이 이사의 핵심인 것 같다. 다 치우고 나니 이제 진짜 짐을 싸야 하는데, 막상 짐을 버리고 나니 남은 짐들을 어떻게 정리해야 할지 또 막막해졌다. 어차피 이사는 끝나봐야 끝나는 것 같다.

댓글 4
  • 책 수거 업체는 정말 요즘 물가 때문에 쉽지하네요. 처음에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복잡한 문제더라구요.

  • 사진 보시고 1톤이면 충분하다고 하셨을 때, 고철값 때문에 가구 버리는 게 돈이 많이 드는 말씀에 씁쓸함이 느껴졌어요. 이사할 때마다 물건을 정리하는 게 왜 이렇게 번거로운지 알 것 같네요.

  • 낡은 가구 때문에 업체 불렀던 게 정말 아쉽네요. 제가 비슷한 경험이 있어서 그 마음 충분히 이해해요.

  • 5년 넘은 소파랑 침대 프레임이 정말 컸네요. 저도 비슷한 경험 때문에 며칠 밤을 고민했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