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일 도와주시는 분을 구하는 게 이렇게까지 고민될 일인지

집안일 도와주시는 분을 구하는 게 이렇게까지 고민될 일인지

앱으로 사람을 부르는 시대라지만

한동안 집안 꼴이 말이 아니었다. 쌓여가는 빨래를 보면서 한숨만 푹푹 쉬다가, 결국은 지인에게 들었던 ‘미소’ 같은 가사 도우미 매칭 플랫폼을 깔았다. 예전처럼 동네 인력 사무소에 전화를 돌리던 시대는 지났으니까. 앱을 켜니 가격대가 시간당 1만 5천 원에서 2만 원 초반대로 형성되어 있더라. 사실 처음에는 좀 망설였다. 모르는 사람이 우리 집에 들어와서 내 방 구석구석을 본다는 게, 생각해 보면 꽤나 개인적인 공간을 침범당하는 일이지 않나 싶어서. 그래도 당장 눈앞의 설거지와 먼지 쌓인 책상을 보니 그런 감성적인 고민은 사치였다.

예상치 못한 방충망 청소의 늪

도우미 이모님이 오신 날, 나는 사실 욕실 곰팡이나 주방 기름때 정도를 생각했다. 그런데 이모님이 오시자마자 보시더니 방충망부터 닦아야겠다고 하셨다. 나는 속으로 ‘그건 나중에 해도 되는데’ 싶었지만, 전문가의 판단인 것 같아 가만히 있었다.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낡은 방충망이 닦으면서 살짝 찢어진 거다. 이모님은 당황하셨고, 나도 당황했다. 결국 청소는 뒷전이고 찢어진 틈을 어떻게 메울지 고민하다가 근처 다이소에 가서 보수 테이프를 사 오느라 시간을 다 보냈다. 우리가 정한 시간은 3시간이었는데, 그중 1시간은 청소보다 수습하는 데 쓴 기분이다. 돈은 돈대로 나가고, 청소는 완벽하게 끝나지도 않았는데 참 애매한 상황이 됐다.

침대 프레임 폐기와 현실적인 문제들

사실 가사 도우미분을 부른 진짜 큰 이유 중 하나는 거실 한구석에 덩그러니 놓인 낡은 침대 프레임이었다. 혼자 옮기기엔 너무 무겁고, 그렇다고 폐기물 스티커를 사서 붙이고 내놓으려니 엄두가 안 났다. 이모님께 혹시 이걸 좀 같이 옮겨줄 수 있냐고 물었다. 돌아온 대답은 ‘청소 외의 업무는 추가 요금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정석적인 반응. 뭐, 당연한 이야기다. 그런데 이게 계약서상 애매한 부분이 많다. 단순히 무거운 물건을 같이 옮기는 건지, 아니면 아예 폐기물 처리까지 도와달라는 건지. 나도 미안한 마음에 그냥 내가 하겠다고 말해버렸다. 그러고 나서 허리 근육통을 며칠 앓았다. 이게 맞는 건가 싶더라. 그냥 전문 폐기 업체에 돈 더 주고 맡길 걸 그랬나 하는 후회만 남았다.

매번 느끼는 묘한 긴장감

청소하시는 분이 우리 집에 계시는 3시간 동안, 나는 거실 한복판에 앉아 있기도 그렇고 해서 작은방으로 숨어 있었다. 노트북을 켜고 일을 하는 척했지만, 사실 밖에서 들리는 청소기 소리나 달그락거리는 소리에 계속 신경이 쓰였다. 이모님이 혹시라도 내가 어질러 놓은 개인적인 문서들을 볼까 봐, 혹은 내가 예전에 사놓고 방치해둔 택배 박스를 보면서 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실까 싶어서. 참 웃긴 일이다. 돈을 내고 서비스를 받는 입장인데 왜 내가 이렇게 눈치를 보고 있는 건지. 예전에 파출부 아주머니를 정기적으로 부르던 시절과는 또 다른 느낌의 불편함이다. 그때는 그래도 ‘이모’라고 부르며 정이라도 나누었는데, 지금은 철저히 시간 단위로 계약된 관계라 그런지 오히려 대하기가 더 어렵다.

다음에 다시 부르게 될지는 잘 모르겠다

결국 청소는 끝났고, 집은 깨끗해졌다. 곰팡이도 많이 사라졌고, 바닥도 반짝거린다. 3시간에 대략 5만 원 정도를 썼는데, 객관적으로 생각하면 내가 3시간 동안 벌 수 있는 돈보다 효율적인 소비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청소가 끝난 직후 느낀 그 묘한 피로감은 뭘까. 집안일이라는 게 사실 내 몸으로 직접 해야 끝나는 느낌이 있는데, 남이 해주고 간 자리를 보며 만족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내 공간이 잠시 타인의 손길을 거쳐 간 것에 대한 어색함이 가시질 않는다. 다음 달에도 또 부를 거냐고 묻는다면, 글쎄. 지금 당장 또 불러야 할 만큼 집이 더러워지진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뿐이다. 아니면 그냥 내가 더 부지런해져서 안 부르는 게 가장 속 편한 길일지도 모르겠다.

댓글 1
  • 청소해주시는 분이 정리정돈에 익숙하지 않으신 것 같아서, 계속 신경 쓰이는 부분도 이해가 되네요. 특히 제가 꼼꼼함을 기대하는 것 같아 더 그런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