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에 쌓인 짐을 치우려다 그냥 주저앉아 버렸다

집안에 쌓인 짐을 치우려다 그냥 주저앉아 버렸다

시작은 간단한 베란다 정리였는데

주말에 날씨가 갑자기 따뜻해지길래, 작년부터 마음만 먹었던 베란다 정리를 시작했다. 죽은 화분 몇 개만 흙을 털어내고 화분통만 정리하면 끝날 줄 알았다. 그런데 막상 구석을 뒤져보니 이게 웬일인가. 화분 말고도 언젠가 쓰겠다고 쟁여둔 플라스틱 박스, 어디서 왔는지 기억도 안 나는 낡은 선풍기, 그리고 베란다 구석에서 곰팡이가 슬어버린 잡동사니들이 튀어 나왔다. 화분 하나 버리려다 시작된 일이 갑자기 거대한 폐기물 정리 작업으로 변질된 셈이다. 처음에는 동네 마트에서 산 종량제 봉투 몇 장이면 되겠거니 싶었는데, 막상 봉투에 쑤셔 넣다 보니 이게 부피를 너무 많이 차지해서 금방 다 써버렸다.

대형 폐기물 스티커와 동네 주민센터

결국 집 안에만 둘 수 없어서 구청 홈페이지를 뒤졌다. 대형 폐기물 처리하려고 신청 페이지에 들어갔는데, 이게 생각보다 품목이 세세하게 나뉘어 있어서 당황했다. 침대 매트리스는 중고로 팔까 싶어 당근마켓에 올렸다가, 너무 오래된 거라 가져가는 사람이 없을 것 같아 바로 포기했다. 결국 폐기물 스티커를 출력해서 붙여야 하는데, 집에 프린터가 없어서 편의점에 가서 출력해야 하나 싶다가 귀찮아져서 일단 밖으로 내놓고 스티커를 사러 나갔다. 예전에는 동네 주민센터에 가면 바로 스티커를 살 수 있었는데, 요즘은 시스템이 바뀐 곳도 많아서 괜히 헛걸음할까 봐 조마조마했다. 동네마다 처리 기준이 왜 이렇게 다른지, 대전 지역은 특히나 이런 부분에서 정보가 조금씩 달라서 헷갈릴 때가 많다.

냉장고 폐기 비용과 낯선 숫자들

사실 베란다뿐만 아니라 주방 구석에 있는 오래된 소형 냉장고도 문제였다. 이건 이사 올 때 받은 건데, 작동은 되지만 소음이 너무 심해서 거의 창고 용도로 썼었다. 이걸 버리려고 알아보니 대형 가전은 또 수거 신청을 따로 해야 하더라. 폐기 비용이 적게는 몇 천 원에서 많게는 몇 만 원까지 나오는데, 이게 아까워서 계속 들고 있는 것도 일이다. 문득 예전에 김포나 천안 쪽에서 대규모 폐기물 처리하는 업체들 광고를 본 기억이 났다. 그 사람들은 트럭을 끌고 와서 순식간에 실어 가던데, 나는 고작 냉장고 하나, 화분 몇 개 때문에 이렇게 끙끙대고 있나 싶어서 현타가 왔다.

도저히 혼자 다 할 수 없다는 깨달음

점심때가 지났는데 밥 먹을 힘도 없었다. 거실에 짐이 반쯤 나와 있어서 발 디딜 틈도 없는데, 이걸 다 정리하자니 하루로는 턱도 없어 보였다. 폐기물 업체에 전화라도 해볼까 고민했다. 세종이나 청주 근처에 있는 업체들은 상담이라도 받아주는데, 나는 개인이라 너무 소량이라 안 오시려나 싶기도 했다. 인터넷 검색 결과들을 보면 죄다 광고성 후기뿐이라 정말 나 같은 사람이 이용할 만한 곳인지 알 수가 없다. 가격도 천차만별이라 그냥 동네 고물상 같은 곳에 전화해 볼까 했는데, 그마저도 요즘은 잘 안 보이는 것 같다. 결국 그냥 현관문 앞에 대형 폐기물 스티커만 덕지덕지 붙여놓고 다시 안으로 들어왔다.

끝나지 않은 것 같은 정리에 대하여

저녁이 되니 다리가 후들거렸다. 아직 치워야 할 박스가 두 개는 더 남았는데, 도저히 오늘 다 할 엄두가 안 난다. 그냥 내일 아침에 일어나서 다시 생각하기로 했다. 사실 버린다고 버렸는데도 집 안은 여전히 좁아 보인다. 폐기물 처리가 단순히 물건을 밖으로 내보내는 게 아니라, 내 생활의 찌꺼기를 정리하는 일이라 그런지 생각보다 훨씬 더 에너지가 많이 든다. 정리를 다 하면 개운할 줄 알았는데, 지금은 그냥 이 상황 자체가 짜증 나고 피곤하다. 내일은 스티커를 조금 더 사야겠다. 아니, 어쩌면 그냥 며칠 더 이대로 둬도 괜찮을지도 모르겠다. 잘 모르겠다, 정말.

댓글 3
  • 냉장고 문제도 그렇네요. 저도 이사 왔을 때 비슷한 물건들이 쌓여있어서 결국 전문가를 불러야 하나 고민했던 적이 있어요.

  • 플라스틱 박스 때문에 생각보다 훨씬 복잡해지네요. 저도 비슷한 경험이 있었어요.

  • 플라스틱 박스 생각하니까, 저도 예전에 비슷한 물건들을 쌓아두다가 깜빡 잊고 그냥 두었던 경험이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