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거청소 부르고 후회했던 그때 그 순간

퇴거청소 부르고 후회했던 그때 그 순간

어설픈 기대가 부른 화근

이사 가기 직전, 나는 꽤 고민이 많았다. 퇴거청소라는 걸 사람을 써서 해결할지, 아니면 그냥 내가 직접 하루 날 잡아서 박박 닦아내고 나갈지. 결국은 몸이 피곤하다는 핑계로 인터넷에서 대충 후기 몇 개 보고 연락처를 남겼다. 예전 집에서 받았던 청소 서비스가 꽤 만족스러웠던 기억 때문이었는데, 막상 이번에 부른 업체는 그때랑은 좀 달랐다. 가격은 30만 원 초반대였는데, 막상 와서 청소를 하시는 분들을 보니 인력이 생각보다 부족해 보였다. 두 분이 오셨는데, 한 분은 계속 통화를 하시고 다른 한 분은 좀 느릿하게 움직이시니 왠지 마음이 조급해졌다. 이사 체크리스트까지 써가며 준비했는데 정작 청소하시는 분들은 그게 뭐 대수냐는 표정이라 좀 당황스럽기도 했다.

주방후드 기름때와의 사투

특히 주방후드가 문제였다. 나는 기름때를 좀 꼼꼼히 닦아달라고 당부했는데, 업체 분들이 가져온 세제 냄새가 너무 독해서 머리가 다 아플 지경이었다. 환기를 시키려고 창문을 열어도 냄새가 안 빠져서 결국 내가 직접 분무기로 물을 뿌려가며 잔여물을 닦아내야 했다. 4년 넘게 살면서 묵은 기름때라 쉽지 않을 거란 건 알았지만, 전문가라면 최소한 세척액 잔여물은 남기지 말아야 하는 거 아닌가 싶었다. 결국 2시간 정도 더 머물면서 내가 다시 걸레질을 했다. 돈은 돈대로 내고, 몸은 몸대로 썼으니 이게 대체 뭐 하는 짓인가 싶어 헛웃음이 나왔다.

베란다의 정체 모를 얼룩

베란다 쪽 청소도 그랬다. 자전거 보관함으로 쓰던 구석진 자리에 검은 얼룩이 가득했는데, 이건 뭐 곰팡이인지 먼지가 뭉친 건지 알 수가 없었다. 업체 분은 이건 시간이 지나면 생기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며 그냥 슥슥 닦고 지나가려 했다. 내가 조금만 더 세게 닦아달라고 부탁하니 그제야 마지못해 수세미를 꺼내셨다. 그 모습을 보는데, 마치 내가 진상 고객이라도 된 기분이 들어서 그냥 입을 닫았다. 마음 같아선 파주 고물상이라도 불러서 낡은 짐 다 내다 버리고 싶었지만, 퇴거 청소라는 게 결국 보여주기식이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공기청정기 분해 청소의 딜레마

거실에 있던 공기청정기도 따로 분해 청소를 맡길까 하다가 그만뒀다. 요즘 워낙 중국산 청소 로봇이나 가전이 판을 치고, 대기업 제품도 내부 구조가 복잡해지니 선뜻 손대기가 무서웠다. 예전에 에어컨 청소한다고 전문가 불렀다가 나사 하나 잃어버려서 결국 서비스 센터까지 불렀던 악몽이 떠올랐다. 기계는 그냥 필터만 갈아주면서 쓰는 게 정신 건강에 이롭다는 생각이다. 이사 나가는 마당에 가전까지 분해하다가 고장이라도 나면 낭패니까. 그냥 먼지만 털어내고 박스에 담았다. 주변 지인들은 요즘 다들 업체 써서 한다고 하는데, 나는 왜 이렇게 사람 손길이 닿으면 사고가 나는지 모르겠다.

끝맺지 못한 찝찝함

청소가 다 끝났다고 했을 때, 사실 구석구석을 다 확인하지 못했다. 짐 싸느라 정신이 없어서 대충 대금을 이체하고 문을 닫고 나왔는데, 저녁에 짐을 다 옮기고 나니 바닥에 거뭇거뭇한 게 떨어져 있는 게 보였다. 다시 들어갈 수도 없는 노릇이고, 그냥 물티슈로 닦아내며 밤을 보냈다. 예전 논산에서 청소업체 불렀을 때는 이렇진 않았던 것 같은데, 내가 운이 없었던 건지 아니면 업계가 다 그런 건지 알 길이 없다. 아마 다음번 이사 때도 똑같은 고민을 반복하고 있겠지. 사실 이번에 든 생각은, 돈 주고 마음 편하려고 부른 서비스가 결국 스트레스의 원인이 되었다는 점이다. 다음엔 그냥 내가 조금 힘들어도 직접 다 하는 게 낫지 않을까, 싶기도 한데 막상 이사 날이 오면 또다시 사람을 부르고 있을지도 모른다. 이 묘한 불신과 기대 사이에서 나는 여전히 헤매고 있다.

댓글 1
  • 공기청정기 필터만 갈아 쓰는 게 맞는 것 같아요. 전문가 불러서 나사 하나 잃어버렸던 경험 생각하면 정말 소름돋네요.